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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헬기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

김재욱 기자  2013.11.17 00: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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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남상건 부사장이 16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가족 빈소 앞에서 공식 브리핑에 나섰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남 부사장은 16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가족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오후 5시30분께 공식 브리핑을 통해 그간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기자들은 안개 낀 날에 굳이 헬기를 띄운 이유가 구본준 부회장 등 고위 임원이 전주에서 열리는 LG전자배 여자 야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함이 아녔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 부사장은 "사고가 난 헬기는 야구 대회에 참석하고자 띄운 헬기가 아니다"면서 "야구대회에 가려는 헬기는 오전 10시 30분에 따로 있었으며 그 헬기에 내가 타고 야구대회에 가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서울항공청 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LG전자는 비행계획서를 두 개를 냈다. 애초 오전 10시05분께 2번째 헬기가 출발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20분께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7일 열리는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는 사고 난 헬기를 탈 예정이었던 안승권 CTO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이들이 오전에 전주 칠러(대형공조시스템) 공장을 방문한 후 오후에는 야구장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굳이 휴일인 토요일 오전에 중요한 회의가 없는 상황에서 칠러 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점, 또 오후에 야구 일정이 있었던 점 등을 미뤄봤을 때 LG전자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 

이외에도 구본준 부회장이 이 헬기를 타려던 것이 아니냐는 해명에도 LG전자 측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LG전자는 구 부회장이 헬기가 아닌 차량을 통해 야구 대회에 참석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승권 CTO나 남상건 부사장이 헬기를 이용하는데 구본준 부회장이 차량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개가 낀 흐린 날씨에 운행을 한 점 또한 기장의 판단이었다는 남 부사장의 해명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아무리 기장이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구본무 부회장이나 안승권 CTO 등이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헬기를 불렀을 텐데 이를 기장이 거부하기란 사실상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 부사장은 "헬기의 운행 판단은 기장이 혼자 판단하고 관제소가 승인해서 한다"면서 "오전 8시에 문제가 없다는 기장의 보고가 있어서 잠실에서 출발하려고 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사고가 난 LG의 헬기는 8인승 시콜스키 S-76 C++로 최첨단 장비인 E-GPWS(지상근접경보체제)가 탑재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인규 기장의 25년 친구인 전모씨(58)는 "헬기에 설치된 E-GPWS가 정상 작동했다면 건물 접근 전 경고음을 내 아파트 충돌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며 "이 장비가 있는 상황에서도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GPWS는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군사자료 등고선을 이용해 지상에 접근하거나 건물과 충돌할 상황이 되면 경보음을 내는 사고 예방 장치다. 고가의 여객기에는 대부분 E-GPWS가 장착돼 있다.

박인규 기장이 막판에 항로를 이탈한 점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박인규 기장이 아이파크 옥상에 있는 헬기장에 헬기를 착륙시키려고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