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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모하비 시험장 가보니] 연간 300여 대 신차가 달린다

김승리 기자  2013.11.17 14: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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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남동부 열사(熱沙)의 땅, 모하비.

11월 중순, 겨울 문턱이지만 태양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뺨이 타는 듯한 열기다. 지면은 더운 숨을 내뿜는다. 태양 아래 잠시만 서 있어도 숨이 턱 막히고, 어지럼증이 절로 날 정도다. 사람 살긴 수월치 않다. 둘러보니 몇 종의 키 작은 나무와 캘리포니아의 상징물인 조슈아 트리만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연간 평균온도는 39도. 특히 여름철(7~8월) 낮 최고온도는 54도를 넘나든다. 뜨거운 열기에 군데군데 아스팔트 도로가 갈라진 풍경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밤엔 영하 18도까지도 내리는 가혹함을 숨기고 있다. 때때로 돌풍도 인다. 멀지 않은 곳에 수천여 개의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이곳은 사람에겐 더없이 가혹해도 자동차의 내구성을 평가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신차는 이같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탄생한다. 모하비 주행성능시험장. 현대·기아차 품질경영의 마중물이다.

모하비 주행성능시험장은 지난 2004년 완공됐다. 투자금액은 666억원(5789만 달러). 미국 내 주행 시험장 중 4번째로 큰 규모다. 토요타 아리조나주 시험장(48㎢·1470만평), 혼다 오하이오주 시험장(30㎢·920만평), 지엠 아리조나주 주행시험장(20㎢·610만평)와 비견된다. 

부지면적은 17㎢(535만평). 인공위성에서도 식별 가능한 수준이다. 국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1.6㎢·50만평)의 10배, 여의도 면적 2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주행성능시험장(모하비 시험장)이 2005년 완공된 이후 현대·기아차에서 개발하는 모든 신차는 이곳에서 적어도 한번 이상 테스트를 거친다. 연간 테스트 차량은 300여 대에 달한다.

모하비 시험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국 현지 적합성 평가다. ▲고속주회로 ▲장등판로 ▲범용시험로 ▲핸들링시험로 ▲승차감/소음시험로 ▲LA프리웨이 ▲직선로 ▲크로스컨트리로 ▲오프로드시험로 ▲내구시험로 ▲쏠림시험로 등 11종의 시험로가 미국 현지 주행환경에 맞춰 개발됐다.

그동안 일본차의 아류로 평가받았던 것에서 벗어나 미국 소비자들의 운전환경에 맞춰 최적화된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현대·기아차의 야심이다.

특히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장등판로는 모하비가 아니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모하비 시험장의 자랑이다. 최저 2도에서 최대 12도의 완만한 경사로가 5.3㎞ 직선 거리로 이어진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중 장등판 시험로를 갖춘 곳도 모하비뿐. 모하비 사막처럼 고지대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아니고선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어낼 재주가 없다. 

급경사로가 많은 한국에서 장등판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지만 광활한 미국 땅에서 흔하디 흔한 주행환경이다. 이런 도로에서는 오랜시간에 걸쳐 차량에 부하가 실리기 때문에 평지 도로환경과 다른 주행 시험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길게 이어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은 도로에서 차량은 매우 높은 부하를 받게 된다"며 "미국 현지 도로 특성을 반영한 시험 코스를 만들어 현지 최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30개 지역의 노면 조건을 재현한 시험로도 모하비 시험장의 존재 이유다. 뉴욕, 디트로이트, 덴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현지 주요 고속도로 환경을 모사한 아스팔트 도로가 모하비 시험장 곳곳에 펼쳐진다. 이들 시험로를 통해 승차감, 소음, 내구성 등을 테스트가 진행된다.

극한의 사막에서 진행되는 재료환경내구시험도 진행 중이다. 차량범퍼, 헤드램프, 대시보드, 시트 등 자동차 주요 부품들을 태양 아래 최대 2~3년까지 장기간 노출시키는 가혹한 시험이다. 특히 사막 기후상 일교차가 큰 온도 변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모하비 시험장 건립으로 현대·기아차는 품질경영에 전환기를 맞이했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에 이르기까지 현지화 R&D 체계가 완성함으로써 신차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지 소비자 조사기관으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 아제라(한국명 그랜저)가 미국 소비자만족도 조사인 제이디파워(J.D. Power)에서 대형차 부문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매년 실시되는 조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미국 현지 차량 품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도 향후 미국 시장에서 신차 제값 받기, 중고차 가치 향상과 같은 질적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