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원·달러가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450원대로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회 연속 금리를 인하에 나서면서도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다.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펀더멘털 약화도 원화값에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9시 5분 현재 원·달러는 전일 오후 종가(1435.5원)보다 16원 오른 1415.5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장중 최고치인 17.5원 오른 1453.0에 장에 나서 상승폭을 소폭 축소했다. 시가 기준 환율 1450원 돌파는 2009년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에 영향받았다. 연준은 17일~18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춘 4.25~4.5%로 결정했다. 다만 점도표에서는 경제성장률 호조세를 기반으로 내년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시사됐다.
지난 9월 내년 인하 횟수로 4차례를 예상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차례만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의 '매파적 인하' 결과 뉴욕증시는 3% 넘게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95%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3.56%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58% 밀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5%를 넘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108선으로 급등했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전일대비 2.9% 떨어진 3452.51에 코스닥은 1.94% 내린 684.06에 거래 중이다. 다만,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은 각각 128억원과 416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도 원화값을 짓누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내년과 내후년 1%대 저성장 예고도 원화값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 심리 불안으로 올해 성장률을 11월 전망치 2.2%보다 낮은 2.1%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예고 했다.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외환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한 방향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향후 반대 방향으로 큰 폭의 반작용을 수반한다"면서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사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화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서도 매파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나면서 급등 마감했다"면서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