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번만 운 좋아" "사기극"…의대증원 원점에 거센 비판

  • 등록 2025.04.18 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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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의료공백 피해에도 버텼는데 참담"
수험생도 "25학번만 운 좋아…부러울 정도"
병원구성원 "의료계에 무릎 꿇은 최악 결정"
정부 내에서도 "결정 원칙 바꿔서 안타까워"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사실상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자 환자들과 수험생,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5058명에서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줄어든다.

 

당초 정부는 3월 말까지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학생들이 돌아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조정하기로 했지만, 지난 16일 기준 40개 의대 수업 참여율이 평균 25.9%에 그쳤음에도 이 같이 모집인원 조정을 결정했다.

교육부는 입시 일정, 추가 복귀 계기 마련 등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각계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은 이번 모집인원 회귀 결정에 입을 모아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월 17일은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포기한 날이자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에도 국민과 환자는 견디며 버티며 엄청난 피해와 고통도 감수했지만 그 결과가 정부의 사실상 의대정원 증원 정책 포기 발표라니 참담하다"며 "정부가 국민과 환자 앞에서 약속했던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의 근본적인 방향을 뒤집는 배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교육부는 1년 이상 국민과 환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의료계가 요구하는 조건만을 수용하며 원칙도 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의대 정원과 관련한 모든 정책이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고3 재학생은 "의대생들이 전부 복귀해야 동결한다고 했으면서 정부가 이렇게 약속을 안 지켜도 되느냐"며 "결국 25학번만 운이 좋았다. 1년 먼저 태어난 것이 부러울 정도"라고 했다.

고3 의대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원 동결은 어쩔 수 없다 치고 각 대학들 모집 요강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크다. 인원이 2024학년도와 같으면 모집 요강도 동일하게 되돌려야 하는데 정원은 안 늘리고 수능 최저만 완화하면 도대체 어떤 입결을 보고 원서를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며 "불안한 부모들은 결국 돈을 입시 컨설턴트에게 몰아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 외 병원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종과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정부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의료노조는 "끝내 정부는 모집인원을 확정해야 수업 참여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담할 수 없는 의총협 건의를 핑계 삼아 2026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공식화했다"며 "의대생 복귀도, 의대 교육 정상화도, 의료기관의 정상화도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결국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5개 병원노동조합과 24개 대학교노동조합이 가입한 전국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도 "지난 1년 현장과 국민들의 인내를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결정"이라며 "교육부는 스스로 무능을 고백하며 병원노동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의사라는 인식을 깊이 새겨넣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는 학생 전원 복귀와 의대교육 정상화를 전제로 의대정원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지만 전제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정원을 동결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가 의정 밀실 야합을 자백하고 의료계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을 추진해왔던 보건복지부 역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 배석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전날 출입기자단을 통해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 생각되나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철규 fdaily@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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