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내년 유통시장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제조, 유통, 물류, 금융 등 업계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 행사는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미리 조망해 보는 자리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유통산업 환경에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체들이 새로운 운영 모델을 도입하는 등 혁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백화점업의 경우 지역 양극화로 지방 상권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백화점 명칭 변경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의 명칭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집객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 '타운(Town)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에 맞서 온라인 쇼핑 업계는 AI 쇼핑 도우미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사용자의 쇼핑 검색 여정 전반을 도와주는 쇼핑 내비게이터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온라인쇼핑에 생성형 AI기술이 접목되면 원하는 답변을 얻으려 여러 번 검색어를 입력해야 했던 키워드 검색과 달리, 검색 한 번으로도 맞춤형 답변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며 "이제 '도쿄 여행'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 여행 갈 건데 계획 짜줘' 같은 대화체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한 특정 카테고리 중심의 온라인플랫폼(버티컬플랫폼)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일본과 미국, 태국, 캐나다 등 13개국에 유통하고 있고, 식품 플랫폼 컬리는 싱가포르, 홍콩,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에 힘입어 중국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송지연 BCG 코리아 소비재 부문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 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중대 변수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