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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남은 선수 생활은 개인적인 것보다 팀에 목표를"

"클럽월드컵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기고 싶다"


'라이언 킹' 이동국(37)이 5년 묵은 한을 풀었다.

전북현대는 지난달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에서 열린 알아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1-1로 비겨 1·2차전 합계 1승1무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6년 이후 10년만의 우승이다. 2011년 결승에서 알사드(카타르)에 패한 설움도 씻었다.

베테랑 이동국은 1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자회견을 통해 "나의 축구 인생을 통틀어 이런 극적인 순간이 또 올까 싶을 정도"라며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2011년 결승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우승을 놓쳤다. 우리 안방에서 상대 선수들이 웃고 돌아다니며 세리머니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우승으로 그때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을 깨끗이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나이로 서른여덟인 이동국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간절함을 나타냈다.

그는 "결승 2차전에서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마음을 많이 졸였다. 그라운드에서 뛸 때보다 더한 압박감이었다"며 "이번에 우승을 못한다면 나에게는 이제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했다. 내년에는 ACL과 K리그 우승컵을 또 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전북은 강력한 스쿼드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에 올랐다. 그러나 K리그 우승은 FC서울에 넘겨줬다.

올 시즌 초반 리그에서 개막 33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심판 스캔들에 의한 승점 삭감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과의 최종전에서 0-1로 지며 안방에서 서울의 우승 잔치를 바라봤다.

이동국은 "우승컵을 충분히 들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바로 앞에서 빼앗겼다"면서도 "우승컵을 못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K리그 챔피언은 전북이라는 생각이다. 퍼펙트한 경기를 많이 했고, 단연 돋보이는 팀이었다. 선수들이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8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이동국은 성남을 거쳐 2009년부터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촉망받던 스트라이커에서 부상 불운의 아이콘으로 떨어졌지만 전북에서 부활을 알렸다.

그는 "'전주라고 하면 비빔밥이 아니고 축구가 생각나게 하고 싶다'는 말을 한 기억이 있다. 전주가 축구도시로 다가온 것 같다. 나도 거기에 조금은 역할을 한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한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좋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도 언젠가부터 녹색이 됐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오는 8일부터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이동국은 "첫 경기를 이기면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를 한다고 하는데 모두가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며 "우리 또한 세계 최고의 팀과 붙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팀(클럽 아메리카)도 상당히 강한 팀이다. 일단 첫 경기를 잘 치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K리그 팀 중 클럽월드컵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건 2009년 포항스틸러스의 3위다. 이는 역대 아시아 구단의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그는 "포항보다 잘해야겠다. 몇 위에 오르겠다는 것보다는 일단 첫 경기를 이기고, 레알 마드리드와 대등한 경기를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의 공격수 계보를 잇는 베테랑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교체로 투입돼 겁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봤는데 나도 많이 놀랐다. 지금까지 후회 없이 해 왔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남은 선수 생활은 개인적인 것보다 팀에 목표를 두고 할 생각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다음 러시아월드컵에 같이 갈까요. 그 전에 그만 둘 수도 있고요. 목표는 크게 가지는 거니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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