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이재용, 구속 여부 결정 앞두고 굳어진 '재계의 황태자'

2017년 1월18일 오전 9시15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 주차장.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특검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재계의 황태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직된 모습이었다.

무테안경과 검은색 정장, 흰색 셔츠, 보라색 넥타이 차림에 검은색 대형 승용차를 타고 도착한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팀에 소환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과했고, 조사 후 귀가할 때에도 표정에서 약간의 여유가 비쳤다.

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취재진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얼굴은 특검팀 소환조사 때보다 수척해 보였고 지을 듯 말 듯 한 특유의 미소도 보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여전히 본인이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나'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경영권 승계에 쓰였는데 도의적인 책임은 안 느끼나' '회삿돈 수백억원이 뇌물로 쓰였다는데 주주나 임직원에게 책임 안 느끼나' '특검은 본인이 뇌물 제공 주도한 거로 보는데 어떤 입장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10여분 뒤인 오전 9시30분께 다시 주차장으로 와 특검수사관들과 함께 검은색 카니발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도 '본인이 뇌물제공 책임자라고 보는 특검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한 말씀 해달라'고 취재진은 요구했지만, 단 한마디도 없었다.

오전 9시57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서도 굳은 표정을 지으며 법정으로 향하긴 마찬가지였다.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정면을 응시하며 걸어가다, 출입문 앞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자 이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을 만나서 최순실씨 지원 약속했나' '청문회에서 거짓증언 했나' '최씨 자금 직접 승인했나' '최씨 언제 처음 알았나' '영장 청구됐는데 심경이 어떤가' 등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답변을 요구하는 취재진을 밀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 시간 중앙지법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시위도 벌어졌다. 12주째 주말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있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회원 20여명은 이 부회장이 법원에 도착하기 30여분 전부터 출입문 인근에서 피켓을 들었다.

퇴진행동은 A4용지 상자에 두세 글자씩 적힌 종이를 이어붙여 '이재용을 구속하라' '국정농단 주범' '촛불은 계속된다' 등의 '상자피켓'을 만들어 이 부회장이 지나갈 길목에 설치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으로 들어간 뒤 퇴진행동은 "30시간 동안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요구하는 2만4382명의 탄원서를 모았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상당히 높은 만큼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20여명을 인근에 배치했지만 몸싸움 등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는 양재식 특검보, 김창진 부부장, 김영철 검사, 박주성 검사 등이 참석했다. 삼성 쪽에선 이정호 변호사가 이 부회장과 함께 법정에 들어갔고, 현장에는 윤종덕 상무 등 삼성 홍보팀 10명이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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