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모바일 플랫폼 전쟁 시작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계기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이 플랫폼 서비스로 탈바꿈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고객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들이 '플랫폼 차별화'를 경영목표로 모바일 시장 경쟁에 전투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뱅킹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6년 3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하루 평균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이용건수는 5380만건으로 2분기보다 2.0%(107만건) 늘었다. 이는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의 61.5%에 해당한다.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3조17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3%(1299억원)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전분기 대비 3.2%(226만명) 늘어난 7203만명을 기록했다.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2014년을 기점으로 PC 기반 인터넷뱅킹 가입자를 추월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은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내세워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에 나서고 있다. 비대면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고자 메신저 기능을 물론이고 결제, 송금, 금융상담, 소상공인 직거래 가능한 위비마켓까지 위비톡 내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기준 320만명(외국인 가입자수 11만명)이 가입한 위비톡은 개인 고객을 넘어 기업의 무료 사내 메신저 서비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구글 번역기가 도입된 위비톡 자동번역 서비스를 도입, 국내에 있는 해외 근로자나 현지에서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이 위비톡을 이용해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점포를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번역 서비스를 활용하면 현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금융권 최초로 멤버십(통합포인트) 서비스를 내놓은 KEB하나금융은 증강현실 서비스(하나머니 고)를 탑재해 멤버십 시장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나멤버스는 '흩어져 있는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로 금융 소비자를 유혹해 1년 동안 8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이 가입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는 '포켓몬 고'와 같이 스마트폰의 위치검색 기능에 기반을 둔 증강현실을 제공한다. 하나금융 계열사 영업점 근처에서 '하나머니 고'를 실행하면 하나금융이 제공하는 다양한 쿠폰들을 잡을 수 있는 가상게임이 벌어지는 식이다.

공급자 중심의 영업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또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간 연결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워진 '신한 판클럽'은 별도의 인증 없이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그룹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채널을 통합했다. 여기에 고객 및 통합 거래 정보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적용하고 그룹의 우수 고객 제도인 '탑스클럽' 서비스도 추가했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한발 늦게 뛰어든 KB금융그룹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주력한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브메이트'는 금융·통신 융합 플랫폼으로 포인트 기반의 커뮤니티 금융, 소비지출 관리, 제휴서비스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인트 활용 편의성이 높은 게 강점이다. 교환의 경우 금융거래로 모은 포인트와 신세계몰·항공사 마일리지 포인트, 페이코(PAYCO) 포인트 등과 교환할 수 있다.

시니어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도 눈에 띈다. 골든라이프 뱅킹은 이용도 높은 조회·이체 메뉴를 전면 배치하고 화면 글씨체를 확대하는 등 시니어 맞춤형 모바일 환경을 구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많은 금융회사가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았지만 서비스가 특색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올해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출범해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사들이 플랫폼 차별화와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화두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모바일 뱅킹은 이용규모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조회업무, 단순거래에 그치고 있다"며 "은행들이 고객 접점과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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