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영태 녹음' 법정공개…檢 "최순실 영향력 드러나"

검찰이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 29개를 법정에서 공개하며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씨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 14차 공판에서 검찰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고씨,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 등과 대화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검찰은 "대화자에 최씨는 없지만 최씨가 있어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며 "이들은 최씨의 지시를 따랐고 영향력을 벗어나 다른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 지시와 의중에 따라 SK로부터 돈을 받아 독일로 빼내려했다고 밝혔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파일에서 "회장님은 독일로 돈을 따로 빼고 싶어하고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면서 "독일에 돈을 빨리 보내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SK가 독일 진출할 때 홍보를 그쪽 회사로 주라고 하면 가능하다. 소장님 나갈때 이런걸 연결해주고 커미션 받는 걸로 얼마 받고 떨어지는 걸로 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독일로 자금을 내보내는 과정에서의 명목을 만들고자 재단 목적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최씨 지시로 삼성을 상대하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고씨가 "삼성을 내가 어떻게 상대하냐"고 하자, 김 전 대표는 "위에서 찍으라면 되는 프로세스가 있지 않냐"고 답했다. 그러자 고씨는 "난 못찍으니까 알아서 찍으라고 그래"라고 했다.

류 전 부장은 고씨를 '왕의 남자'로 칭했다. 류 전 부장은 "영태는 왕의 남자인데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면 되겠냐. 왕권을 받아야지. 벨(김종)은 왕의 남자는 아니고 파트너"라며 "왕의 남자랑 파트너가 비즈니스 게임이 되냐"고 말했다.

국세청장 등 인사 개입도 등장한다. 류 전 부장은 "국세청장 가면 말도 안되는 인사지만 현 정부에선 가능한 일"이라며 "이분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이 정도로 무지했나 싶고 회장님과 영태가 내 인생의 이데올로기를 바꿔주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재단 설립을 한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다. 고씨의 지인인 이모씨가 "재단법인을 만들면 정부 지원이나 출연이 쉽다"고 하자,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대통령이 온단 말이야. 소장님 만날 가능성이 크기에 소화시켜야 할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표가 K스포츠클럽 사업 활성화와 관련해 "업무진행이 잘되냐"고 묻자, 류 전 부장은 "VIP가 만족하고 있다"며 "건수가 많아서 K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을 빨리 하자고 하더라. 장관 보고 나왔던 걸로 소장이 업무보고를 하면 되니까"라고 답했다.

고씨는 청와대 개입이 드러날 경우 대통령은 책임을 피할 것이라 말했다. 고씨는 "대통령은 소장을 지키기 위해 정책수석(안종범)이 책임지고 날아가는 걸로 끝낼 거야"라며 "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끝내버릴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검찰은 "최씨 소유의 강원도 평창 토지를 대통령 퇴임 후 사저로 지을 계획이라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류 전 부장은 파일에서 "아방궁이 될 것"이라며 "정보 단속 잘 해야해. 누가 VIP땅 갖고 흔들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끝난다"고 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최씨의 지시를 받아서 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고, 최씨도 "류 전 부장과 김 전 대표가 일하는 건 몰랐다. 류 전 부장은 고씨가 한달만 쓰자고 해서 그때 처음 봤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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