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금리인상에도 환율은 연일 하락세...5개월 만에 가장 낮아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원화 가치가 빠르게 절상되고 있다.

미국의 4월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화 강세 심리가 커진데다 국내 주식 시장을 외국인 투자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20.1원)보다 6.1원 내린 1114.0원에 출발했다.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10월11일(1108.5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1148.8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3%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점도표를 3회로 유지하면서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인식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화가 약세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도 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7~18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공동선언문에는 '보호무역주의 배격'이라는 문구가 3년 만에 빠졌다.

이는 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급격하게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이슈'가 외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미국의 통상 압력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성훈 현대선물 연구원은 "G20 공동선언문에서 자유무역 수호 의지에 대한 표현이 빠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나왔다"며 "우리로서는 현재 외환 시장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은 열흘 동안 약 2조6000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20일 84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이날 다시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으로 코스피는 연일 연중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치적 불확실성과 수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데다 정치도 안정세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자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사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하락은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최근 원화는 엔화나 위안화 등 우리와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서도 절상폭이 가파르다.

원·위안 환율은 지난 14일 166.37원에서 전날 162.58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엔 환율도 999.61원에서 994.27원까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수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나 중소 수출업체 등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나라의 상품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수출에 대한 환율의 탄력성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수출 개선세는 반도체나 평판디스플레이 호황의 영향이 큰 만큼 환율보다는 수급 요인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이나 달러 차입 비중이 높은 항공산업 등의 경우 환율이 하락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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