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저금리, 은행에서 돈 빼 내 신탁시장에 몰린다

1분기 4대 은행 신탁 잔액 193조…전년比 18.8% 증가 금융권 수탁액의 절반은 은행 점유…저금리에 자산관리 강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신탁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분기 신탁 잔액은 193조5572억원으로 1년 전(162조9516억원)보다 30조6056억원(18.8%) 늘었다.

금융권 전체 신탁 수탁액은 지난해 말 715조5000억원으로 114조3000억원(19%) 불었다. 이 중 국내 은행의 신탁 수탁액 규모는 355조8000억원으로, 전체 신탁시장의 49.7%를 점유했다.

신탁은 고객이 믿을 만한 금융회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것으로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준다. 신탁 안에 회사채와 주식, 펀드 등 투자 상품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 상품 구성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들은 2015년을 전후로 신탁 상품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예전처럼 예대마진으로 돈 버는 것이 힘들어지자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고객들도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금전신탁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주력 상품은 '중수익·중위험'의 대표격인 주가연계신탁(ELT)이다. 수수료가 최대 1%로 다른 상품보다 2배 가까이 높고 시장 상황이 좋아 조기 상환되면 판매 주기가 6개월 단위로 짧아져 수수료 수익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입장에서는 효자 상품으로 통한다.

대형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ELT 판매액이 지난해 연간 실적의 절반을 넘어섰다. 신탁시장에서 고전했던 우리은행은 3개월 동안 판 ELT 취급액(2조493억원)이 지난해 연간 실적과 맞먹었다. 신한은행도 전년 취급액의 70%에 육박하는 1조8070억원을 팔았다. ELT 판매 강자 국민은행은 1분기에만 5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T는 중위험 상품이긴 하지만 은행 고객은 기본적으로 원금 보장에 대한 수요가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한 상품을 대개 내놓는다"며 "미국과 유럽, 홍콩 등 주요 국가의 2~3개 기초 지수를 접목해 위험 리크스를 분산한다"고 말했다.

신탁 시장이 뜨거워지자 최근 들어 은행들은 고객수익률을 우선하는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객 수익률과 관계없이 금융회사가 일정 수준의 보수를 무조건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 부담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목표 수익률 달성여부에 따라 고객이 부담하는 상품의 보수를 달리하는 신탁 상품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6개월 목표수익률에 도달할 경우 자동환매를 통해 수익을 확정하고,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할 경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상품이다.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판매종료 후 일주일 만에 가입금액 전액이 목표수익률에 도달해 화제가 됐다.

신한은행은 아예 수익을 못 내면 수수료를 안 받는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일정 기간 이내(2년)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수익보수를 받지 않는다.

상품은 투자금액의 대부분을 커버드 콜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을 주가 상승 시 추가수익이 발생하는 구조화 상품에 투자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자산관리 업계의 문화가 판매 중심에서 고객 수익률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신탁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이 고객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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