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격무 시달리다 목숨 끊은 국회 공무원…대법 "공무상 재해"

대법 "과중한 업무로 건강 악화했지만, 제때 치료 못 받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세가 악화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회사무처 직원에게 대법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12년 A씨가 종전과 달리 민원 응대가 포함된 청원담당 부서를 총괄하게 되면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긴장감과 민원인 응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점차 누적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여기에 2013년 1~4월까지는 청원업무 외에 국회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을 위한 업무를 추가로 하면서 낯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불면증, 불안·초조 증상을 보였고 허리, 다리의 통증과 함께 한 달 사이에 8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상태가 나빠졌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병가가 끝나고 새벽 출근을 앞두고 자택 베란다에서 투신해 자살에 이른 경위와 A씨가 자살을 택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급격히 떨어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스트레스 원인과 정도, 우울증이 재발 또는 악화한 경위, 자살 무렵 A씨의 정신상태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원심 판단은 공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1995년 국회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2년부터 국회사무처 청원담당 계장으로 근무했다.

A씨는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이나 진정, 민원을 소관 부서에 전달하거나 민원인을 직접 상당하는 가운데 마찰이 일어나면 마무리하는 총괄 업무를 맡았다.

A씨 부서는 2012년에 접수 처리한 민원이나 청원은 연 6000여 건에 달했고 전화와 방문 민원 상담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곳으로 꼽혔다.

여기에 A씨는 2013년 1월부터 자살 예방을 위한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 및 운영 준비를 맡으면서 같은 해 4월 8일까지 월 50시간 이상의 추가 및 휴일 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이 A씨는 허리나 엉덩이 등 통증을 호소하고 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한 달 사이에 8kg이나 체중이 줄어들었다. 한의원에서 진료도 받았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같은 해 4월 25~30일까지 병가를 낸 뒤 요양을 했지만, 5월 1일 출근을 앞두고 자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A씨 유족은 "A씨의 자살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따른 것으로 공무상 재해"라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A씨가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그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하고 악화돼 자살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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