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日 다녀온 최태원 SK 회장… "아직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서 "아직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24일 일본으로 출국한 최 회장은 이날 오후4시30분께 서울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로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처음 현장을 다녀온 것이다. 일본만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다고 말하기는 좀 이른 감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도시바 경영진을 직접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 금융계 인사를 만나 도시바 인수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번 출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이어진 출국금지 이후 이뤄진 첫 글로벌 경영 행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7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현재 SK그룹에 있어 가장 중요안 현안 중 하나는 도시바 인수전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여부에 따라 그룹은 또 한 번의 퀀텀점프가 예상되고 있어 최 회장의 움직임에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은 비용과 시너지 효과, 인수 실패 시 시장의 판도 변화 등 다양한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 20조원 이상으로 뛴 천문학적인 금액도 문제지만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최 회장은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에 주목한 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이후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을 앞세워 SK와 국가 산업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성장시켰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오너의 결단과 추진력이 더없이 중요한 상황이라 최 회장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 회장의 일본 출장길에 반도체 전문가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ICT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개발실장이던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팀장을 맡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연합전선을 세운 두 회사는 일본계 재무적투자자(FI)도 끌어들여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제는 인수 성공을 위해 연합전선을 세운 것이 SK하이닉스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기업 브로드컴도 이미 연합을 결성한 상태이고,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만 홍하이 그룹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3조엔(약 30조91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베팅하며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시바를 유혹하고 있는 것. 이는 20조원대로 알려진 인수 비용에 비해 50%나 높은 액수다.

여기에 도시바와 함께 일본 욧카이치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은 독점 교섭할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양사간 합작계약을 근거로 '독점 교섭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정부까지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의 우려로 이번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발언을 한 뒤에 떠난 출장이다. 인수 규모를 봤을 때 최 회장이 직접 챙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현지에서 인수와 관련된 얘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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