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북핵·사드 해결과제 산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사흘 뒤인 28일 방미길에 오른다. 29일엔 트럼프 대통령과의 환영만찬이, 30일엔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7월1일 귀국하는 3박5일간의 일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외부 일정을 줄이면서 정상회담 준비에 공을 들였다. 워싱턴포스트, CBS, 로이터 통신 등 영미권 외신과 인터뷰를 잇달아 가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본격적으로 한미간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일종의 '교감찾기'를 시도한 것으로 읽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워싱턴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북핵 해법을 비롯해 대북(對北) 정책·대미(對美) 관계 등의 의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구상을 늘어놨다. 정상회담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예고편 성격을 띄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시각이다.

  ◇3박5일 짧아진 순방일정…오직 정상회담에만 집중

 문 대통령은 취임 후 49일만에 방미 길에 오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69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51일 만에 미국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1일 만에 방미에 나섰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르려는 것은 북핵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하고서는 북핵 문제를 접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있어 더 절박한 것은 바로 한국"이라며 "미국은 장래의 위협이지만 한국은 지금 당장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방미 날짜만 빨라진 게 아니다. 순방기간 역시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짧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박6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4박6일 일정으로 순방을 마쳤다. 두 전 대통령은 모두 정상회담 전에 뉴욕을 찾아 동포간담회와 경제계 인사 오찬 일정 등을 소화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기간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방문 등의 일정 없이 오로지 워싱턴에만 머물다가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외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고, 미 의회·학계 인사와의 자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회담을 준비하는 실무자들은 빠듯한 일정을 쪼개서라도  관행대로 경제계 인사와 동포들을 두루 만나는 일정을 계획했다가 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토록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워싱턴에서만 일정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만 집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성격의 행사를 백화점식으로 진행했다가는 자칫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 핵심의제는…한미동맹·북핵해법

 두 정상은 이번 회담기간 한미동맹 강화, 북핵 해결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 경제협력 등 광범위한 의제에 대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6·25전쟁 67주년 국군 및 UN군 참전유공자 위로연' 자리에서 "다음 주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데,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겠다"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더 단단하게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정상회담 의제 등을 정리해 왔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안보실 중심으로 준비팀이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재정립을 포함한 대북정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드배치 문제 등을 시나리오별로 비교적 자세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운용의 비용전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제기할 가능성이 적지만 돌발적인 질문이나 언급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사드배치는 절차와 규정에 대한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등 대외관계와 군사적 효용성 등을 종합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전략적인 방향을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이라는 의제는 구체적하고 디테일 한 것에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와 우의를 다지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文대통령 정상외교력 본격 시험대
 
  이번 방미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정상외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통령의 외교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지 아시아판은 대선일인 지난달 9일 당시 후보시절인 문 대통령의 얼굴을 표지모델로 삼으며 'The negotiator(협상가)'로 소개했다.  부제는 'MOON JAE-IN AIMS TO BE THE SOUTH KOREAN LEADER WHO CAN DEAL WITH KIM JONG UN'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협상할 수 있는 한국의 리더를 목표로 하고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앞에 주어진 외교적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서 뚜렷한 노선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문 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 논란은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문 특보 본인과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각각 학자와 개인적인 견해라는 식으로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는 영구적인 고문은 아니며 그와 나는 다소 비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는 학자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조언이 필요할 때 특정한 이슈에 대해 그의 의견을 구한다"고 문 특보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다만 문 특보와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이어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이른바 '2단계론'을 기본적인 북핵 해법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 특보의 발언은 많은 함의를 갖는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미국과 협력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것은 비핵화"라고 선(先) 비핵화, 후(後) 대화가 미국의 기본 방침임을 못박았다.

  이처럼 미국 내 대북 강경 기류는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급속도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국면을 모색하려던 분위기속에서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터진 '웜비어 쇼크'에서 벗어나 어떻게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설득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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