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증시 '큰 손' 외국인, 지배구조 개편株 쓸어담았다

증시 '큰 손' 외국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선 정책과 관련한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권한 강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업들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20개 중 대부분이 지주사 종목과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높은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6월 한 달 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지난 4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다. 외국인들은 6월 1~30일 삼성전자 주식 4664억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이어 LG유플러스(약 2306억원), 현대중공업(약 2264억원), KB금융(약 2112억원), 삼성화재(약 2054억원), 삼성SDI(약 1673억원), 현대로보틱스(약 1264억원), 하나금융지주(약 1066억원), 고려아연(약 1026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또 LG생활건강(약 907억원), 아모레G(약 815억원), SK(약 791억원), 신한지주(약 752억원), 포스코(740억원), 삼성전기(약 711억원), 삼성물산(약 680억원), 기업은행(약 666억원), 삼성생명(약 657억원), 대한항공(약 651억원),  KT&G(645억원) 등도 외국인 쇼핑리스트 상위에 올랐다.

특히 이중 삼성전자·현대중공업·삼성화재·현대로보틱스·삼성SDI·SK·고려아연·LG생활건강·삼성물산·대한항공 등 10개 종목은 올 초부터 지난 5월9일 대선 이전까지 한 번도 외국인 장바구니 리스트에 든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 모두 지배구조 개선 정책의 수혜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지주사 전환 포기를 공식 선언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꼽고 있다. 삼성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이에 따른 투명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관련 주를 다시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업황 호조와 휴대폰 부문의 회복으로 올 2분기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이달 초 이미 300만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현대로보틱스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에 따라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새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로보틱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6월 한 달간 현대중공업과 현대로보틱스에 약 35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이밖에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에 새롭게 등장한 고려아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에서는 신정부의 기조에 따라 영풍그룹이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조원태 사장이 최근 한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손을 떼고 대한항공 경영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 지배구조 투명성과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종목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투명성 제고 등으로 그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남북관계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낮은 배당 성향, 취약한 지배구조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7배, 1.1배 수준. 반면 올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는 각각 17.6배, 2.2배에 달하며, 신흥국 지수 역시 각각 12.8배, 1.6배에 이른다.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평가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신흥국 및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GS, 한화, LG, CJ, SK, LS 등 지주회사들의 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와 스튜어드십 코드 등 주주친화적 정책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요인이 소멸되고 자회사 배당성향 증가 등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요인 중 하나로 취약한 지배구조가 꼽힌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오너 리스크와 같은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등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할인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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