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람 잘 날 없는 '오리온'

유별난 오너家의 미술품 사랑...횡령 기소로 발목 잡혀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오리온이 오너가의 유별난 미술품 사랑으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너리스크가 또다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Triple Tier Flat-sufaced Table)을 자신의 집으로 빼돌리고, 그 자리에 모조품을 대체해 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오리온 연수원에서 보관하던 '트리플 테이블'은 프랑스 장식예술의 대가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스테인리스 스틸 가구 작품으로 시가 2억5000만원이다.


이 부회장은 오리온이 계열사 쇼박스로부터 빌린 시가 1억7400만원짜리 작품 '무제'(Untitled)도 회사 부회장실에서 자기 집으로 무단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작품은 프랑스 화가 겸 조각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회화 미술품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 부회장 개인 소유의 100억원대 미술품 30여점이 회사 로비 등등에 무상으로 대여돼있다"며 "계약서를 썼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데 관리자가 실수로 서류를 누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관리 소홀의 실수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며,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횡령과 탈세가 의심된다며 고소·고발된 담철곤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오리온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담 회장은 지난 2월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당했다.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역시 "선친에게 상속받은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이 부당하게 가로챘다"며 담 회장을 제부인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담 회장은 2011년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담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시민들은 담 회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만을 나타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검찰의 이화경 부회장 기소에 대해 "혐의는 사실에 부합하지만 기소는 전형적인 '주범 바꿔치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술품 횡령은) 내부 제보자의 증언, 증거로써 확인이 된 것이며, 이미 지난 2월 우리 단체 등이 고발한 사실"이라며 "문제는 이들 미술품 횡령 주범을 검찰이 이 부회장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술품 횡령의 주범이 이 부회장이 되면 가벼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 예상되고 이미 '불구속'으로 기소됐다"며 "그런데 담 회장이 주범이 되면, 법적 처벌을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 회장은 이미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이 사건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장 구속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이에 대해 "미술작품 자체가 이 부회장의 집무실에 걸려있던 것이고, 테이블을 집으로 옮기도록 지시한 사람도 이 부회장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약탈경제반대행동의 주장은 억지"라고 해명했다. 담 회장의 무혐의에 대해서는 "고발 자체가 억지성이어서 무혐의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전 동양그룹 부회장의 아들인 현승담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 역시 최근 검찰로부터 압류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 자신의 그림과 조각 등 수백점을 반출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사드보복에 이어 오너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등 오리온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며 "수년째 미술품과 관련된 오너리스크가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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