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8월까지 공공기관의 소멸시효완성채권 21조원 소각

금융위, 금융권 소멸시효완성채권 처리 방안 발표
국민행복기금·금융공공기관 연체채권 우선 소각
민간 금융사도 하반기 중으로 자체 소각 예정
최대 214만명 정상적인 금융거래 가능할 듯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정부가 다음 달까지 5년 이상 연체된 금융공공기관의 소멸시효완성채권 21조7000억원을 소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장기 연체자 123만1000명의 빚이 탕감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31일 각 금융업권별 협회장 및 금융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의 금융권 소멸시효완성채권의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금융사의 채권은 통상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하지만 법적으로 채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소멸시효 완성 이후에도 채권자가 변제를 청구하면 법원은 지급명령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 중요한 것은 항변권이다.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에 따라 지급 의무가 없다"는 항변권을 행사하고 증명하면 법원은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해준다.


반면 채무자가 채권자의 빚 독촉에 시달려 일부 변제를 하게 되면 소멸시효는 자동으로 부활한다. 때문에 채권추심업자들이 이 점을 악용해 무리하게 채권 추심을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위원장은 "시효완성으로 상환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채무자에게 일부 상환을 유도하거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활용해 편법적으로 시효를 부활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채무자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소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국민행복기금 등 금융공공기관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부터 소각한다. 처리 대상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사망·파산면책 채권으로 8월 말까지 소각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5월 기준 국민행복기금 및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 채권 등 소각 가능한 채권은 모두 21조7000억원으로 123만10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행복기금은 소멸시효완성채권 9000억원(39.9만명), 파산면책채권 4조6000억원(32.7만명) 등 총 5조6000억원(73.1만명)을 없앤다.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공기관은 소멸시효완성채권 12조2000억원(23.7만명), 파산면책채권 3조5000억원(22.5만명) 등 16조1000억원(50.0만명)을 정리한다. 채무자는 9월1일부터 본인의 연체채무가 소각됐는지를 해당기관 조회시스템 또는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으로 채무 재발생 위험을 완전히 제거해 채무자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연체 기록 등이 사라져 금융거래 관련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채권 소각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하주식 서민금융과장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경우 법에 따라 더 이상 채권자의 상환 청구권이 없고, 채무자는 상환의무가 없다"며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들도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연내 소각하고 무분별한 시효연장 관행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민간부문(대부업 제외) 소멸시효완성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원(91.2만명)으로 추정된다.


은행 9281억원(18.3만명), 보험 4234억원(7.4만명), 여신전문금융회사 1조3713억원(40.7만명), 저축은행 1906억원(5.6만명), 상호금융 2047억원(2.2만명) 등이다.


민간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장기 연체자는 최대 21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 채권 소각에 가장 소극적인 대부업체도 참여하면 혜택 대상은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협회들도 정부의 포용적 금융 취지에 공감하며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업권별로 현재 처리 가능한 채권 규모를 파악 중으로 올해 하반기 중으로 소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의 소각매뉴얼을 참고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정리 규모 등은 추후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소멸시효완성채권과 별개로 10년 이상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장기 연체자에 대한 빚 탕감 방안을 8월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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