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은 봉?...휴가철 바가지 요금천국 '한국'

숙박비, 비수기보다 최대 5배 넘게 올라···서비스 불만에도 대안없어 '호갱' 신세
국내 여행 1인1박 기준 12만원 넘게 소요, 항공비 감안해도 동남아·中보다 비싸
'한철 횡포'에 1년에 한번뿐인 여름휴가 망치기도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서울 강동구 광장동에 사는 회사원 최모씨(50)는 지난주말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가평 일대 펜션을 알아보다가 뒤로 자빠질 뻔 했다. 휴가의 최고 피크철인 탓에 펜션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요금 때문이었다.


이 일대 펜션 대다수가 평소 10만원 안팎이던 1박 요금을 무려 50만원 가까이 받고 있었던 것이다. 최씨는 가족들과의 휴가 일정 탓에 하는 수 없이 48만원을 지불하고 가평 N팬션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바가지 요금 생각에 울화가 치밀 수 밖에 없었다.


최씨는 "10평 남짓한 크기에 가족 4명이 겨우 지낼 수 있는 규모의 펜션들이 평소 보다 5배 가까운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휴가철 피크라는 점을 악용하는 이같은 악덕 상혼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유명 피서지에선 '바가지 요금' 행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불공정 상행위에 대한 캠페인과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


휴가기간 국내여행을 떠났던 소비자들 중엔 불쾌한 경험을 겪고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면서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망치고 내년 휴가엔 꼭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한 사람들도 늘고있다.


8일 세계 각국 여행지의 여행경비 정보를 제공하는 '버짓유어트립(Budget your trip)'에 따르면 한국에서 1인당 1박 기준 여행경비는 107달러(12만4490원)로 중국(77달러·8만6678원)과 태국(65달러·7만3157원), 베트남(41달러·4만61455원), 말레이시아(39달러·4만3910원) 등 동남아보다 훨씬 많은 경비가 필요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도 117달러(13만1742원)로 국내여행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항공비가 빠진 내역이지만 저가 항공노선 확대의 영향으로 비용절감이 가능해지면서 단순 가격비교만으로도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여기에 각종 '바가지 요금'에 '싸구려 서비스' 등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은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는 관광수지 적자개선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돗자리와 음료수 가격이 '싯가'(시가·時價)라고 내걸린 웃지못할 사진이 올라오며 '바가지 요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당일치기로 인근의 계곡을 찾으려 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 근교의 한 계곡의 경우 피석객들이 몰리는 상류쪽 식당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백숙세트 한상에 19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또 전국의 수많은 펜션들도 7월말부터 8월초까지 '극성수기' 요금을 적용하며 비수기에 비해 최대 5배 이상의 요금을 받고 있다. 게다가 숙박업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과는 현저히 다른 경우도 있고, 청소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곳도 상당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좀 근사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동남아에선 1박에 10만원대에 머무를 수 있는 수준의 '풀빌라'를 찾아보면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평소 20만원선이던 1박 비용이 40만원을 호가하고, 비즈니스 호텔의 경우 7만원에서 20만원으로 2~3배 가격이 뛰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 여름 휴가철이 역대 동·하계·명절 성수기를 통털어 해외여행 내국인 수가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여름휴가 성수기간 동안 전체 공항이용 여행객이 684만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여행객은 18만여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매년 바가지 상혼이 득실대고, 형편없는 서비스에 국내 여행객들은 휴가철에 지갑을 여는 '봉'이 되고 있다"면서 "상인들은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책정보다 '한철 횡포'에 가까운 가격이 즐거운 휴가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도 국내여행 독려 캠페인 외에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저성장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분야인 관광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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