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WP "트럼프 국정난맥, 월가 불확실성 높아져 기업투자 발목"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정난맥이 월가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큰 폭의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법 전면 개혁,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대(對) 중국 무역불균형 시정 등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핵심 공약들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진척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실천 가능성에 회의를 품은 미국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주저하면서 확장 기미를 보이던 미국의 경제를 주눅 들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최근 여러 건의 업계 컨퍼런스 내용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결정상 혼미(fog of policymaking)”로 인해 그저 관망세만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널드 크루셰프스키는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아 불안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물운송업체인 CSX의 CEO인 E. 헌터 해리슨은 “일찍이 나라의 정치 꼴이 지금 같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백악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뭘 제대로 알고 일을 하는 건지를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경영자들은 현재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의회에 직접적으로 돌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전혀 실천하고 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품제조 및 전력관리회사인 이턴의 CEO인 크레이그 아놀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아놀드는 “요즘 같은 불확실한 환경이라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어느 정도 (정책의) 확실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CEO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거대 철강기업인 누코르의 CEO인 존 페리올라는 “백악관의 시각은 긍정적인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긍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약속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약속들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15~35%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기업 규제의 80%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청사진도 제시했다. 중국과 멕시코, 한국, 캐나다 등과의 무역불균형도 바로 잡겠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으로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스콧 가렛(공화) 전 의원을 미 수출입은행의 수장으로 지명했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인물들이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변화들이 미국 경제와 기업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포석들이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정책들이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의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는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크게 뒤로 물러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비록 느리더라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낮고, 저금리 추세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달 20만9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미국의 경영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 많은 일자리들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세금감면과 규제철폐를 기다리면서 추가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공약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자금조달 방법도 결정되지 않은데다가 의회와의 조율 문제도 남아 있다. 기업들 역시 정부의 인프라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를 기다리면서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


  스웨덴 동력기기 제조업체인 허스크바나의 CEO인 카이 완(Kai Warn)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정책이 조금 일찍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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