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제 무섭지만···3년내 흑자 전환 가능할까?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아마 잘 안 될걸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성공을 낙관하는 은행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에는 "이 정도일줄 몰랐는데, 일단 지켜봐야죠"라며 경계하는 시각이 늘었다. 예상보다 인터넷은행들이 뜨거운 인기를 얻자 은행권에서도 새삼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은행들이 공언한대로 3년안에 수익을 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선진국에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렸고,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초반 기선잡기에 성공한 것은 확실하다. 빠른 속도로 대출이 불어나면서 케이뱅크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난달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에만 5400억원(11일 기준)의 대출을 늘리며 19개 시중은행들을 제치고 '실적 1위' 타이틀을 가져갔다. 인기 탓에 두 인터넷은행 모두 내년에 계획했던 유상증자를 다음달로 앞당기고 자본금을 늘리기로 했다.


  ◇빠른 팽창속도···편의성·가격 경쟁력으로 인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팽창 속도를 보면 극히 놀라울 정도다. 20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현재까지 44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지난달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228만건의 신규계좌 가입을 이끌어냈다. 각각 대출액은 6200억여원(8일 기준), 8800억여원(11일 기준)을 달성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새로운 은행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정도 실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도입 초기에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실적을 기록한 인터넷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인터넷은행 만의 편리한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가 가능한 점은 기존 은행 고객들에겐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0.01%p의 우대금리를 더 받기 위해 기존 은행들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낮은 대출금리에 높은 예금금리를 주니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4200만명이 가입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준 점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흑자 전환 3년 내 가능할까?···해외 인터넷은행 평균 '5년 소요'

  인터넷은행은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5년 이후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에 많이 생겨났다. 이들 은행도 출범 초기에는 낮은 대출금리와 수수료 우대 등의 전략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흥행몰이에 대부분 성공했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통상 5년 정도가 소요됐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사례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일본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재팬넷은행'은 지난 2000년 출범한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적인 인터넷은행인 '피도르뱅크'도 2009년 영업을 개시한 이후 적자를 내다 5년 뒤인 2014년 8.4%의 자기자본순이익률을 달성했다. 일본의 '지분뱅크'도 출범 4년 만인 2012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대마진이나 관리비용 추정치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손익분기점 달성까지 필요한 대출자산 규모를 케이뱅크는 3~4조원, 카카오뱅크는 3조5000억원~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3년 내에 이들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만 7700만명(올 1분기 기준)에 달할 만큼 모바일 금융 거래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시장 환경에서 현재 증가속도라면 인터넷은행들이 빨리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는 영업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건전성 관리에 실패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리스크 관리가 인터넷은행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해외 인터넷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와 비용 관리에 실패한 은행들은 얼마 못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특화된 서비스 전략을 취하는 은행들만 살아남았다.
 
  독일 피도르뱅크는 한 계좌에서 P2P대출, 크라우드펀딩, 귀금속, 외환거래 등의 은행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반면 1997년에 설립된 미국의 넷뱅크는 예금과 대출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2002년 모기지대출을 늘리는데에 급급하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고 2007년 결국 파산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차별화된 서비스없이 가격으로만 경쟁할 경우 대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되는 은행이 많았다"며 "인터넷 은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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