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부, '통신비 인하' 속도 내자 거세지는 이통3사 반발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동통신3사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4일 이동통신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저소득층 이동전화 요금 1만1000원 추가 감면 ▲선택약정할인율 20%→25% 상향 시행 ▲보편 요금제 도입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방안들은 이동통신3사의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 대한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편 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은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의 55%에 불과한 서비스 요금에 대해 정책이 집중되는 것은 제대로 된 처방이라 볼수 없다"며 "나머지 45%를 차지하는 단말 장비구입 및 유료정보 사용료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 보편 요금제입법예고···이통사 "통신서비스 필수재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3일 '보편 요금제 도입'과 '제4이동통신 사업자 진입규제 완화'(허가제→등록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 요금제 출시 의무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로 인한 기대효과로 약 2570만명이 연 2조2000억원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편 요금제 출시는 시장 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에 강제된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면 KT나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유사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통업계는 보편 요금제에 대해 "사실상 민간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수요와 공급원칙에 따른 자율적인 시장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 제공량 등의 설정권한을 정부가 갖는다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자유로운 영업수행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보편요금제 출시의 근거로 내세운 1분위 가구(저소득층)의 통신비 증가는 통신비 뿐 아니라 쌀, 전기세 등 특정 재화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전체 데이터 트래픽 중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이를 필수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보편 요금제 도입에 앞서 통신서비스를 필수재와 비필수재로 구분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보편 요금제 관련 입법예고 기간인 10월 2일까지 과기정통부나 통합입법예고센터를 통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의견 수렴 기간 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발의···이통사 "전국 대리점 어쩌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 중인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TV,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구입한 뒤 원하는 이통사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 구조에서 중간 유통 채널을 제외하는 방식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통망이 급격히 재편되면, 중소 유통점 2만여개가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통업계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유통 대리점을 구축해 놓은 상황인데다,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이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전국에 매장을 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상당수 매장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통사들이 영업할 수 있는 손과 발을 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통업계는 정부와 통신비 인하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5% 요금할인 9월15일 시행···이통사 "행정소송 최종 검토"

  과기정통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에 따른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시행한다고 지난 18일 이동통신3사에 통보했다.


  적용 대상은 신규 가입자로 한정된다. 기존 가입자가 혜택을 보려면 재약정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후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통3사는 이마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5% 요금할인 시행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시행일이 다음달 15일인만큼 이달 말까지 행정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과기정통부가 요구하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25% 할인 적용은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행정소송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저소득층 1만1000원 추가 감면···이통사 "우리 돈으로 정부가 생색"

  과기정통부는 지난 16일 저소득층 요금감면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어르신(기초연금수급자) 이동전화 요금감면은 다음달 11일까지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도개편 완료 시, 중간소득(중위소득) 기준으로 40%이하인 의료급여 수급자와 30%이하인 생계 급여 수급자는 월 최대 3만3500원까지 통신료를 절약할 수 있다.  중위소득 43%이하와 50% 이하인 주거/교육급여수급자/차상위계층은 월 최대 2만1500원까지 통신료를 절감하게 된다.


  이동통신3사는 저소득층 요금감면 확대 시행만으로도 1조7911억6723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도 없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반대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이통사 관계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요금감면에 반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감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통신사 재원인데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부분에 대해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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