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령층, 노후 불안·자식 뒷바라지에···빚 내도 못 써

한국신용정보원, 금융소비자 대출전후 소비변화 분석
50~60대 고령층, 대출 이후 소비감소 비중 높아
대출 받아도 여윳돈 없어···노인 빈곤율 50% 육박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대출을 받는 고령층의 씀씀이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이 빠듯해서 불안한 터에, 자식들 뒷바라지 몫까지 하다보니 대출을 받아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신용정보원 박선우 조사역이 2015년 7월~지난해 6월까지 1년간 신규 대출자들의 대출 이후 3개월간 복수카드 총신용판매실적을 토대로 분석한 '금융소비자의 대출 전후 소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대출 이후 소비를 줄인 비율이 각각 40.2%와 4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40대의 청장년층에서는 대출을 받은 이후 오히려 소비가 늘어난 비중이 약 43%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정 부분의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5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통하지 않는 공식인 셈이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보니 소비를 늘리기 보다는 노후 대비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우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부동산에 투자를 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대출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조사한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의 가구당 가계부채는 평균 8385만원으로 전 세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중 부동산 마련이나 사업자금 마련 용도로 대출을 받은 비중은 48.5%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본격적으로 수익이 쪼그라드는 60대부터는 실제로 쓸 수 있는 돈 자체가 많지 않다. 은퇴 전에 기껏 모은 재산은 자식들 학비, 결혼자금 등에 쓰느라 거의 없고, 그나마 남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내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용할 여력 밖에 되질 않는 것이다. 직장 은퇴 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경비원 생활을 하고 있는 A(73)씨는 "매일 도시락을 두개씩 갖고 다닌다"며 "밥을 사 먹는 것도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윳돈이 없는 고령층의 빈곤율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처분가능소득 중위 50% 기준으로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의 빈곤율은 48.1%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이 12%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4배나 높다.


  고령층의 소비 위축은 내수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 전반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고 있다. 신인석 금통위원도 최근 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원래 30~40대가 저축을 하고 고령층이 되면 주로 소비를 하는게 일반적인데 고령층의 경우 소비성향이 현저히 하락하고 있다"며 "20~30대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빚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고령층의 소비성향까지 줄어들면 경제에 안좋은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 소비 위축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박선우 조사역은 "향후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더해지면 가계의 소비감소는 더 커질 수 있다"며 "대출 이후 소비가 오히려 감소하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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