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해당사자들 충돌 논란···SK네트웍스 어쩌나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30년 만에 이동통신시장의 일대 변혁을 예고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발의됐지만 휴대전화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내용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처리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동통신사 관계사가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업계의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1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동통신 단말장치 완전 자급제 도입을 위한 근거 규정이 신설됐다.


  완전자급제란 TV,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일반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구입한 뒤 원하는 이통사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이동통신사의 유통점을 통해 고객들에게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함께 판매·제공하는 유통구조다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은 통신서비스만 판매하게 된다.


  즉, 단말기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업자와 단말기 판매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동통신사업자의 직영이 아닌 대리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할 경우 단말기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간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통신사와 제조사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과 수수료가 줄거나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 유통점 2만여개가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서비스 대리점과 사전에 약정한 내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업자가 단말기 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인 중소 유통점이 삼성디지털프라자나 LG베스트샵 등 대형 유통점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결국 유통망의 급격한 재편은 이용자의 불편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같은 시각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실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한 통신사가 국회 등에 제출한 '가계통신비 개선방안'을 인용해 "완전자급제 도입 시 요금제별로 6000원에서 1만2000원의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또한 "제조사의 경우 직접 판매로 인한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단말기 출고가의 인하를 기대할 수 있고, 자금 부족으로 단말기 라인업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온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조항은 제32조의9(이동통신단말장치의 판매), 제32조의10(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급) 등이다. 


  이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 및 이동통신사업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는 자(이동통신특수관계인)는 이용자에게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이동통신특수관계인을 포함한다)는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점에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공급할 수 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LG유플러스와 특수관계인 LG전자의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달리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에 단말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SK텔레콤에 단말기를 공급해온 SK네트웍스는 관련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LG전자는 특수한 경우라 법안 논의 과정에서 예외 조항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LG전자를 LG유플러스와 별개로 볼 것인지, 아니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처럼 관계사로 볼 것인지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법안대로라면, LG유플러스는 LG전자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구매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단말기를 중간에서 공급하는 업체가 생기게 될 것이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전문회사가 공급업자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다만, 이 법이 통과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완전자급제 도입 시 영세한 단말기 판매점의 경우 자금 운용의 한계로 원활한 단말기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동통신 단말장치 공급업자가 제조업자로부터 단말을 매입해 판매점에 공급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공급업자는 SK네크웍스가 유일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자를 규제하고 신규 사업자에게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는 "완전자급제는 다양한 업계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 법이 처리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통사들 조차 완전자급제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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