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조선업계, 10월 골든타임 놓치면 안된다"...금융권 RG발급 강화에 불만 표출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금융권이 최근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기준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가 "10월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조선사가 외국 기업에게 선박을 수주했을 경우 해양금융종합센터에서 선박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이 RG 보증을 선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 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을 했을 경우 수주를 의뢰한 회사에게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환급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RG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선업계는 선박을 수주해놓고도 RG가 발급될 지 여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50K DWT MR 탱커 4척(옵션2척 포함)을 1억4000만 달러 규모로 수주했지만 RG를 받지 못해 건조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RG는 통상적으로 건조계약을 맺은 뒤 60일 이내에 발급받아야 하는데 STX조선해양은 마감시한인 9월30일까지도 금융권으로부터 RG 발급을 받지 못했다.


  일단 발주를 넣은 그리스선사와의 협의를 통해 RG 발급을 10월말까지 늦춰놨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마저 RG 발급을 꺼리고 있어 사실상 계약 무산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STX 측은 10월말까지 금융권으로부터 RG를 받지 못하면 지난 9월 수주한 50K 석유화학운반선 탱커 6척에 대한 RG 발급도 장담할 수 없어 총 10여대에 달하는 수주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조선사들도 RG 발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이 그리스 마란 탱커스사로부터 31만8000t 규모의 초대형유조선 3척을 약 2억5000만 달러에 수주해 놓고도 RG 발급을 받는데 한 달이 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5월 그리스 키클라데스사와 계약한 원유운반선 5척의 RG를 발급받는데 두 달이 걸렸다. 금융권에서 인력 감축 등 조선소 구조조정 문제를 거론하며 RG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금융권의 RG 발급이 깐깐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 등을 문제로 꼽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은행권이 예전처럼 RG 발급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소형 조선소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할 지 시그널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에 반하는 RG 발급을 예전처럼 해줄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입장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중소 조선소에서 수주한 선박에 대해 RG 발급 문제를 두고 고민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정부에서 중소 조선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수주했을 때 RG를 발급받는 기간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강화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거래선을 뚫기 위해 원가 이하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산업 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 측은 "10월은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골든타임"이라며 "RG 발급과 수주 지원으로 중형 조선소의 침몰을 막아야 한다. RG 발급에 차별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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