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상조, 5대 그룹 간담회에 공정한 하도급 거래·노사관계 적극적 역할 당부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5대 그룹 전문 경영인과의 간담회에서 공정한 하도급 거래와 노사관계에 대한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상훈 삼성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 사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 사장 등을 만나 참석한 기업들에게 공정위의 향후 재벌 개혁 방향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부사항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구매단가를 후려치거나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서라도 기업의 이익증대에 기여한 것을 기준으로 구매부서 실무 임직원들의 성과가 평가된다면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은 근절될 수 없다"며 "구매부서 실무 임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1차 협력업체만이 아니라 2차 3차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까지 평가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이런건 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렵고 공정위가 강제할 수도 없고 해당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노사정 관계에 대한 5대 그룹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노사관계이지만 최근 현실을 보면, 사용자 단체의 역할이 실종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사용자 단체가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는 건전한 대화의 파트너로 제자리를 잡는 것이 우리 모두의 win-win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신설된 기업집단국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공익재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며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기업집단국은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신설된 조직으로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입이 돼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브랜드 로열티,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임대료 등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수익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는 없는지, 나아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기업집단국의 업무계획 일부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 측에서도 공익재단이나 지주회사 수익구조, 각 그룹의 특수한 이슈들을 점검하고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실 것을 당부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업집단국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미시적인 기업정보를 축적한 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기업집단국은 대기업들을 조사·제재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시정보나 서면실태조사, 사건처리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유의미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 포착해 직권조사를 하고 법 위반행위를 확인했을 때 제재하는 것이 기업집단국의 본연의 역할"이라면서도 "기업정책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집행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룹 내 대관 직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최근에 공정위가 속칭 로비스트 규정을 만들었는데, 내부 대관 담당 임직원들, 법률대리인들에게 공정위 규정의 취지를 잘 전달하고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을 시행한다면, 피투자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지배구조 관련 모범규준을 갖추고 실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업들도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외부주주들을 귀찮거나 위협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말아달라"며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해 평상시에 기관투자자들과 대화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저와 공정위에게 시간을 달라. 공정위가 우리 기업과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일이 어떻게 4개월 만에 되겠느냐"고 당부했다.

 그는 "제가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갈 것"이라며 "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거다. 그런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개혁의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거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경제개혁과 재벌 개혁을 새 정부 출범 6개월 내에 끝내겠나. 그런 식의 접근이 실패의 첩경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논의에 대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하나의 선언적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각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밝힌 뒤 "정부가 선언적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라와라'라고 하는 게 실패에 이르는 첩경이다. 오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그룹에서 그룹의 특수한 사정에 따라 진행하고 공정위와 계속 대화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는 기업의 변화를 신뢰한다. 기업은 우리 사회 어떤 조직보다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올바른 방향과 시그널을 주고 일관성을 유지하면 기업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차간담회와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적 출발점이라 평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국내외 경제 환경이 변했으며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고, 기업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운영 실태조사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주무부처 차원의 규정 준수 여부를 넘어서 각 그룹의 공익재단이 실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본재산이나 수익재산의 규모와 운영 형태, 수입 발생을 보려고 한다"며 "선언적 기준에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진단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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