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화 강세에 조바심 나는 중소기업, 환율 하락 계속될까 큰 우려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한 달새 40원 가까이 떨어지는 등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중소기업들도 조바심을 내고 있다.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향후 큰 폭의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9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일단 현 환율 추세는 아직까지 지켜볼 만하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동안 하락세가 다소 안정적으로 이어져온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특성상 내수 위주의 기업들이 많은 만큼 대부분 환율 하락의 여파가 부정적이지는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9만여곳의 수출 중소기업들에게는 환율 변동에 따른 여파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문과 대금 결제가 이뤄지는 주기인 3개월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 기간 내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경우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조선이나 중공업, 기계류 등 발주에서 납품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부문의 경우엔 피해가 더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중소기업계의 경우 환율 변동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Knock In Knock Out)에 가입했다가 환율 폭등으로 줄도산했던 중소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지금은 환헤지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거의 없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향후 환율변동 폭이 커질 경우 반대로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인들도 이 같은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는 "웬만큼 규모가 있는 수출 중소기업들은 키코사태 이후 거의 환헤지를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보니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있다"며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상황이어서 가격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내부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중소기업에게 상황이 안 좋기는 하다"고 우려했다. 또 "마진율에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수출기업들의 피부에 와 닿는 체감도는 상당히 얼어붙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베이터 관련 중소기업 A사의 관계자는 "달러당 20원 깎이는 정도는 크게 영향이 없다. 아직은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는다"면서도 "100원 이상 팍팍 떨어질 때는 일정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문 견적을 낼 때 고정환율제로 하면 아무래도 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이아몬드 공구업체인 B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계획을 짤 때 기준을 원래 환율보다 약간 낮게 잡기는 한다"면서도 "저희 같은 경우 달러당 1100원으로 잡았는데 그동안 그것보다 좀 좋아 환차익을 보는 편이었지만 요즘 들어 계속 환율이 떨어지니 기대보다 못 미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유럽과 거래를 많이 하는데 유로가 저희 생각보다 훨씬 많이 떨어져 걱정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그동안은 나름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였던 편"이라며 "환율이 900원대였던 때도 있었던 만큼 기대환율이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고 1100원대 정도면 나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당장 현재 환율이 얼마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문받고 대금을 결제할 때 가격"이라며 "3개월 정도 안에 크게 환율이 변동하지 않으면 손실을 보지 않지만 급락하게 되면 원가보다 밑으로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중소기업들이 키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나서는 환 위험 관리를 안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으로 손실이 났을 때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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