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토막살인 용의자 돌려보내 음독…경찰 수사 논란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경찰이 충북 보은 중년여성 토막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귀가한 용의자가 곧바로 음독자살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숨진 중년 남녀가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라면, 경찰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경위를 밝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청주 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A(47·여)씨의 지인이 경찰에 A씨 실종신고를 한 것은 지난 5일이다. 여성·청소년 전담부서에 배당했던 이 실종사건은 이튿날 수사 부서로 이관됐다. 경찰은 거주지 근처 CCTV를 통해 지난 2일 오후 9시께 A씨와 B씨가 함께 집을 나섰다가 B씨만 다시 돌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A씨 휴대전화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B(65)씨를 6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B씨는 이날 조사에서 "나흘 전 다툰 뒤 나가 버렸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까지 A씨의 사망을 확인하지 못했던 경찰은 단순가출이나 일시 연락두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일 다시 경찰에 출석하기로 한 B씨가 음독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A씨의 실종이 B씨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일 이후 그의 행적을 면밀히 분석했다.


  B씨가 자신의 고향인 보은군 내북면에 다녀온 것을 확인하고 일대를 수색해 토굴에서 A씨의 토막 사체를 발견했으나 이를 추궁할 B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A씨는 B씨와 다툰 지난 2일 이후 출근하지 않았고, A씨의 휴대전화는 B씨가 갖고 있었다.


  직업을 가진 여성이 사나흘 동안 휴대전화도 없이 행방이 묘연한 상황인데도 경찰은 강력범죄 연관성을 간과했고,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는 B씨를 경찰서로 불렀다가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남녀가 동거한 사이여서 휴대전화를 서로에게 맡길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사망한 B씨가 참고인 조사에서 자백을 했거나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정황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B씨와 다툰 뒤 사라진 A씨는 11일 오후 3시께 수색에 나선 경찰에 발견됐다. A씨의 사체는 마대 자루 3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경찰은 A씨의 얼굴에서 울혈(압력으로 혈액이 굳는 것) 등이 발견됨에 따라 목이 졸려 숨진 뒤 사체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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