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국민연금, 의결권 적극적으로 행사할까

국민연금, 내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침
회사 점검 대상과 의결권 행사 범위 '촉각'
"정부로부터의 독립·운용의 전문성 확보부터 전제돼야"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함에 따라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인 국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불가피하다.


21일 국민연금공단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세부원칙과 기준이다.


국민연금은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 달 20일께 제출되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근 공개한 중간 연구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7가지 원칙과 안내지침, 세부 이행 방안 등으로 구성된다.


7가지 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 상충 해소 ▲투자 대상 회사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 ▲의결권 정책, 행사 내역·사유 공개 ▲주주활동의 주기적 보고 ▲역량·전문성 강화 등이다.


핵심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점검하고, 이에 반하는 기업은 중점관리회사로 지정해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수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 비공개 대화와 공개서한 발송부터 사외이사와 감사후보 추천, 주주대표소송, 행동주의(액티비스트) 펀드 위탁운용 등이 제시됐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의 여건 및 투자 대상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ESG 점검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수행기관은 제언했다.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역시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5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위탁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참여가 제도 확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기금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현재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 가운데 11개 자산운용사, 2개의 자문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했고, 자산운용사 45개, 보험사 2개, 은행 1곳 등이 참여 예정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상장사 입장에서는 장기적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상황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상장기업 중 300개 가까운 기업에 대해 이른바 5%룰이 적용되는 대량보유 주주이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하는 비율은 1%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경우 의결권 자문사 등의 권고를 준수해 반대 입장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낼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1분기에 열린 252개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 가운데 18%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관투자자의 공시 부담이 상당한데다 경영권 참여의 성과가 아직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또는 운용의 전문성 확보와 같은 전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정책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전부의 주요주주로 특히 금융지주사에 있어서는 주요 금융지주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며 "기금의 현재 조직 규모와 운용 역량, 그리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기금 지배구조 등을 감안할 때 지분율 5% 이상의 상장기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실행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현재 단순 투자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에 한해 5%보고, 10%보고, 단기매매차익반환과 관련해 특례를 인정받고 있는데 회사나 그 임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특례를 인정받지 못한다"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지분 변동 사항을 즉시 공시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노출되는 것이어서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공공성 강화는 기금 자체의 의사결정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맡은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의결권 행사 관련 논란은 사전에 정한 절차와 세부지침에 따라 투명하게 의결권을 행사했는지에 관한 국민적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연구를 공동 수행한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의결권 행사 등 주주활동이 관치 등의 이해상충 문제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면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 세부원칙을 적극 이행해 독립성 있는 조직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전에 정한 절차와 기준을 따라 의결권 행사 등 주주활동을 수행하며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자본시장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면서 자산가치의 보호와 증진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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