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ITC, 韓 세탁기 운명 가르는 세이프가드 권고안 발표 초읽기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권고안을 발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세탁기 제조사들은 이번 권고안에 제재에 해당하는 사항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앞서 ITC는 지난달 5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삼성과 LG의 수출품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결정했다. 이어 ITC는 지난 19일 공청회를 열어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가전 업체 월풀과 한국 측의 입장을 차례로 들었다. ITC는 이날 세이프가드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한 뒤 다음달 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를 보고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초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미국 세탁기 제조 업체 월풀은 ITC에 24.4~32인치의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와 주요 부품에 대한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요구했다. 삼성과 LG가 외국 공장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극도로 낮은 가격에 수출했기 때문에 미국 세탁기 제조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타격을 입었다는 논리다. 월풀 측은 세탁기와 부품에 3년간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품의 경우 추가 수입 할당량(3년 평균 수입량)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트랙라인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월풀의 시장 점유율은 1.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삼성과 LG는 각각 4.3%포인트와 1.5%포인트씩 올랐다. 월풀에 비해 삼성과 LG가 약진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월풀의 주장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적지 않다.


월풀은 미국 세탁기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월풀의 누적 점유율은 37.7%로 삼성(17.1%)과 LG(13.5%)를 합친 것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월풀의 올해 3분기 북미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30억 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35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냈다.


삼성과 LG는 세탁기에 대한 구제조치가 이뤄질 경우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제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미국에서 설립 중인 세탁기 공장을 조기 가동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 달러, LG전자는 테네시주에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또 미국에 세탁기 제조와 관련한 부품 협력사를 진출시키거나 주요 부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등 수입제한 조치에 다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서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판정이 있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형태의 대응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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