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진 나면 바로 나와" 걱정 속 자녀 배웅한 포항 수험생 학부모

"수능이 연기된 동안 아들이 너무 힘들어했어요."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23일 오전 8시 경북교육청 수능 제80지구 제6시험장인 포항제철고에서 만난 학부모 박주미(47·여)씨는 "컨디션 조절을 못 한 아들이 걱정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수능이 연기된 일주일은 박씨 가족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평소 예민한 아들은 수능을 앞두고 큰 지진이 나자 복통을 호소하는 등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진 여파로 사상 처음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경북 포항지역 학부모들은 시험 중 지진이 날까 조마조마 걱정하고 있다. 포항지역 12개 고사장 정문에는 이른 아침부터 행여나 시험 중 지진이 발생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자녀를 배웅하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이 지역은 지난 15일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63차례나 잇따랐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학부모의 손을 붙잡거나 꼭 껴안으며 "잘 보고 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에게 "지진이 나면 바로 나오라"며 눈시울을 붉히며 당부하기도 했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던 권성만(51)씨는 "아들이 준비한 것을 시험장에 모두 풀어놓고 왔으면 좋겠다"며 "지진 등 외부요인 때문에 본인 실력대로 시험을 못 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중 앞에서 만난 이순길(55·여)씨는 "지진 트라우마가 있는 딸이 걱정된다"며 "시험을 잘 치르는 것보다 무사히 마치고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라며 우려했다. 김중호(40)씨는 "아들이 씩씩하게 시험을 잘 보고 오겠다고 말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면서 "모든 수험생이 아무 탈 없이 시험을 잘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행정당국이 대응시스템을 잘 마련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이동고 건너편에서 자녀를 배웅한 홍모(49)씨는 "지진 대응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지진이 발생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항지역 12곳 고사장에서는 수능 1교시 언어영역이 끝난 가운데 다행히 여진 발생 등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