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준금리 인상, 주식·외환시장은 '출렁'이고 채권시장은 '차분'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 30일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출렁'였지만, 채권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나타냈다.


한은은 이날 열린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0.25%포인트로 올려 연 1.50%로 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려간 뒤 17개월 만에 조정된 것이다. 금리인상이 단행된 것은 지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이날 코스피가 전일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빠진 2470선까지 밀려나며 크게 위축됐다. 다만 이는 기준금리 인상 보다는 간밤 미 증시에서 정보기술(IT)·반도체 등 기술주가 급락한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금리인상은 이미 예상된 사안이어 그 영향이 시장에 선반영된 데다 금통위 이후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상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가파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발 기술주의 급락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IT주를 중심으로 2년3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의 차익실현성 매도 물량을 내놓은 것이 증시 급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6.53포인트(1.45%) 하락한 2476.37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 지수도 10.30포인트(1.32%) 빠진 771.42까지 밀려나며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5921억원을 순매도, 지난 2015년 8월24일(7239억원) 이후 최대 매도규모를 나타냈다. 이중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539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전기전자 업종지수가 3.56% 하락했고, 연초 대비 상승폭이 컸던 의약품 업종지수도 4.09%나 떨어졌다. 반면 통신업(3.03%), 운수장비(2.04%) 업종은 강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에서도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IT, 바이오 기업들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9만원(3.42%) 내린 254만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5600원(6.80%) 급락한 7만6800원에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만2000원(-6.04%) 빠진 34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하락한 가운데 셀트리온(-2.44%), 셀트리온헬스케어(-0.57%), 메디톡스(-2.35%), 바이로메드(-4.48%), 코미팜(-3.72%), 휴젤(-3.72%), 포스코켐텍(-1.98%), SK머티리얼즈(-4.54%), 서울반도체(-4.11%) 등 제약 및 반도체 기업들의 하락폭이 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연초 대비 상승폭이 컸던 업종에 대한 매물 출회가 나타나며 그간 미 증시를 이끌던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주, 카드업종이 하락했다"며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고 풀이했다.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 시황팀도 "코스피는 전일 나스닥 기술주 하락의 영향으로 IT대형주의 약세로 하락했다"며 "코스닥 지수는 기술주의 약세 영향으로 하락했으나 통신주 강세에 따라 통신장비 섹터가 상승했으며, 신라젠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시총상위 종목이 약세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급등하며 10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1.4원 오른 달러당 1088.2원에 거래를 마쳤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적용하지만, 이번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데다 내년도 인상에 대한 한은의 태도가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채권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단기물을 중심으로 오히려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조동철 금통위원의 금리동결 주장 소식에 국채선물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이를 일정 부분 선반영했다는 인식과 금리인상 사이클에 본격 진입했다는 불확실성 속에 강세 되돌림 폭은 제한됐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3.7bp(1bp=0.01%p) 내린 연 2.075%로 장을 마쳤다. 1년물은 1.1bp, 5년물은 4.1bp 하락 마감했다.다만 장기물은 등락이 엇갈렸다. 1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3bp, 0.1bp 떨어졌지만 20년물은 0.2bp, 30년물은 0.7bp 올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 결과가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앞서 충분히 기준금리 인상 시사가 이뤄졌고 이를 주요 가격변수들이 선반영하는 과정을 진행해 온 만큼 해당 변수들이 추가로 변동성을 확대할 여지는 없다는 판단이며, 당분간 국내 금리는 수급 여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이벤트에 더욱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헀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석하기 따라 다르지만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정부도 갖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시장 참여자들이 대체로 예상을 했던 사안이어 오늘 인상 자체가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며 "투자자들은 향후 일정 속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찾을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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