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면담만으로 치매 발병 예측, 확률 모형 개발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1. A씨는 시아버지가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어 걱정이 크다.


  치매가 발병하면 의료비는 물론 간병비 부담도 큰 데, 막상 닥칠 때까지 아무런 준비도 할 수가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의사에게 물어도 "일반적으로는 3년마다 60% 정도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다.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A씨처럼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던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막막함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사와 환자간 2~3시간짜리 면담 검사만으로 치매발병 가능성을 확률로 나타낼 수 있는 있는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아직 추가 검증 단계를 남겨 놓고 있지만, 상용화 될 경우 조기 진단을 통한 치매 발병지연·예방 등을 통해 환자·가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삼성서울병원 서상원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치매발병 예측모델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로 발병하지는 않았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 발병 전단계 환자를 의미한다.

  이 모델은 그동안 이미 치매로 판명된 환자의 인지기능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신경심리검사'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발병 가능성 예측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개인별 치매위험지수를 매겨 3년 내 치매 진행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연령이나 ▲기억장애 정도 ▲양상 ▲인지장애 영역 등 변수별 점수를 합산해 치매 전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이는 현장인력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모그램(계산도표)로 나타낸다. 치매 발병 조기예측 분야에서 노모그램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사는 의사-환자간 면담 방식으로 진행된다.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억·인지분야 문항을 통해 위험도를 구할 수 있다. 검사에는 약 2~3시간이 걸린다고 보건연구원은 설명했다.


  발병 예측모형의 일치도는 75% 이상으로, 예측력이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발병 조기 진단법으로 활용되는 뇌영상검사(아밀로이드 PET 영상)의 일치도(91%·2년 후 치매전환 예측)보다 정확성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비용의 뇌 영상촬영을 하지 않고, 매우 적은 비용으로도 조기 예측이 가능한 것이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비싼 뇌영상 촬영없이 영상에 대한 사후 분석 인력·시간도 필요없이 치매 발병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노모그램을 통해 임상 적용도 매우 간단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치매 사회적 비용은 연간 11조7000억원(2013년 기준)으로 노인인구 급증으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며 "치매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지만, 발병을 지연시키를 수 있는 완화제는 개발돼 있어 조기 발견할 경우 지연과 유병률 감소 효과와 사회적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으로 임상적용을 위해 추후 더 많은 대상자를 통해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언어기억력과 시각기억력이 동시에 저하된 경우, 시각기억력만 저하될 때에 비해 3년 이내 치매 전환 가능성이 4.3배였다.


  또 후기 기억장애인 경우 초기 기억장애에 비해 2.2배, 다발성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기억력저하 단독만 있을 때에 비해 3.6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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