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금융권을 관통하는 새해 화두는 올해도 단연 '디지털' 혁신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전략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발달로 정보통신기술(IT)을 비롯한 다른 업권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도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만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하나같이 '디지털 혁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내재화 노력과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KB중심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신기술에 더해 고객 친화적인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의 경쟁력을 확보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복잡하고 모호한 변화들이 가득한 '뷰카(VUCA)' 시대를 뚫고 나가기 위해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높은 사고 방식과 변화를 앞지르는 신속기민한 실행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신한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이루고, '원(One) 신한' 전략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법론적으로는 GIB, WM(자산관리), 글로벌사업, 디지털협업체계를 비롯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그룹사간 '연결'과 '융합'을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휴머니티(인간애)에 기반한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통적 금융기관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가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참여형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GLN' 컨소시엄을 내세우며 "하나멤버스가 GLN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도 "국내 어떤 금융사도 디지털 금융을 전략 사업으로 채택하지 않은 곳이 없다"며 올해 디지털 금융사 전환에 속도를 낼 뜻을 밝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5대 경영전략 중 하나로 차별화된 금융플랫폼 구축을 통한 디지털 시대 선도를 꼽았다.

금융사 수장들은 기술 혁신과 새 비즈니스 발굴도 중요하지만, 금융업의 본질은 결국 고객에 있다고 보고 그 어느 때보다 고객 중심의 영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디지털화 등도 고객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고객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빈 수협은행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빅데이터, 모바일뱅킹 등이 금융업의 화두가 됐지만 모든 것은 우량 고객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리테일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