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LG전자, '가전'으로 독보적 승승장구?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창립 60주년을 맞은 LG전자가 사상 처음 매출 60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던 LG전자에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안겨준 주인공은 '가전'이었다.


  생활가전은 규모가 커질 수록 수익을 내기 어렵고,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이미 레드오션으로 바뀐 분야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아무리 가전 명가라 해도 쉽지 않을 터.


  하지만 LG전자는 이를 모듈러 디자인 도입, 핵심부품 기술력 내재화,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하면서 가전왕국의 명성을 더욱 튼튼히 다져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작년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61조3963억원, 영업익 2조4685억원, 순이익 1조8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9% 늘어났고, 영업익과 순이익은 각각 84.5%, 1380.0% 증가했다.


  앞서 LG전자는 2014년 역대 최대치인 59조408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에는 56조5090억원, 작년에는 55조367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시 바닥을 찍고 상승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16조9635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668억5900만원, 1828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전기에 비해선 28.9% 줄었다. 역대 분기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프리미엄 전략과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가전 사업의 성과는 단연 돋보였다. H&A(가전)사업본부는 작년에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며 매출(19조 2261억원), 영업익(1조4890억원), 영업이익률(7.7%)에서 각각 최고치를 달성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대중화를 이끈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도 영업이익(1조5667억원)과 영업이익률(8.4%)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자업계에서 '레드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전과 TV에서만 3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전년 가전과 TV로 올린 영업익(2조5500억원)과 비교하면 20%가량 끌어올렸다.


  이는 LG전자가 모듈러 디자인 도입, 핵심부품 기술력 내재화,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등에 집중하며 가전사업의 수익성 향상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R&D(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특히 생활가전 분야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 매출은 늘어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하는 '규모의 불경제'를 겪기 쉬운 사업이다.


  해외 수출이 늘어나면 여러 국가들의 주거 환경과 문화를 고려해야 하고, 융∙복합과 프리미엄이 가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고객 요구가 다양해져 관리해야 하는 모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5년 가전 업계에서 최초로 세탁기 제품에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을 표준화시키고 몇 가지의 독립된 패키지로 조합해, 다양한 모델에 동일한 패키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했다.


  모듈러 디자인은 생산, 유통, A/S 등의 전 과정에서 효율을 크게 높여 사업의 수익성을 올리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요 부품을 모듈화시키면 생산 공정이 단순해지고 생산 단가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또 부품 관리가 쉬워지고 수리도 단순해져 재고 등의 관리와 A/S 대응에도 강점이 생긴다.


  프리미엄 가전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탁월한 성능을 구현한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필수적이다. 이에 프리미엄 가전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에너지 효율, 소음, 진동, 내구성 등이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생활가전에서 모터와 컴프레서를 인간의 심장 또는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 세계 가전업체 중에 완제품과 모터, 컴프레서 등을 수직계열화해 함께 생산하는 곳은 드문 편이다. 하지만 LG는 생활가전 신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모터 및 컴프레서 담당 연구원들이 참가해 최적화된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모터나 컴프레서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 완제품을 최적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직구조화를 이룬 것이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담당하는 연구인력은 생활가전 신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완제품에 최적화한 핵심부품을 개발한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품과 제품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최적의 품질과 성능을 갖추게 된다.


  LG전자는 얼음정수기냉장고, 트윈워시, 듀얼 에어컨 등 다양한 융복합 가전을 출시하며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제품들이 나오기까지 DD모터(세탁기),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냉장고),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에어컨) 등 최적화된 부품들의 역할이 컸다.


  이같은 노력으로 LG전자는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로부터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오븐, 식기세척기 등을 판매하는 가전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프리미엄 모델은 일반 가전 기기에 비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체 라인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도 꾀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3월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를 런칭한 LG전자는 트윈워시 세탁기,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만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약 10개 국가에 출시했다. 특히 중동, CIS 등 신흥시장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해 지금까지 시그니처가 출시된 국가는 40개국에 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듈러 디자인 도입, 핵심부품 기술력 내재화,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등에 집중하며 가전사업의 수익성 향상에 주력해오고 있다"며 "고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제품을 지속 선보여 1등 가전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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