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증시 쇼크, '저가 매수' 전략에 관심

"올해 긴축 발작 생각보다 빨라…신흥국 경기 회복 힘입어 반등할 것"
"글로벌 금리, 올해 1분기 중 정점 볼 것…조정 장기화 가능성 작아"
"물가 우려 고조될 3월 이후는 우려…美 정부 행태 주시해야"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미국발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저가 매수'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조정 흐름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매수 기회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주식시장의 스타일 변화와 중·장기적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욕 증시가 가라앉자 한국 증시에서도 '패닉셀'(공포로 인한 투매)이 이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6일 전 거래일(2491.75)보다 38.44포인트(1.54%) 내린 2453.31에, 코스닥 지수는전 거래일(858.22)보다 0.05포인트(0.01%) 내린 858.17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의장 교체 시기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전환 리스크, 가파른 유가 상승과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이 국채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성장 기대감보다 빠르게 상승한 할인율로 밸류에이션 조정세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질수록 전 세계 증시는 강한 상승장을 연출하나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인상 사이클로 전환 시 글로벌 증시가 긴축 발작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긴축 발작은 생각보다 빠르게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물가 압력 상승으로 긴축 발작 가능성이 부각됐다"며 "과거 긴축 발작 구간을 보면 평균3개월, 주가 변동성은 10% 수준이었다"며 "장기 상승장 구간에서도 전 세계 지수에서 10%의 큰 조정도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증시 조정 흐름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 고점은 올해 1분기 중 실현될 것이며 경기 회복 흐름과 더불어 점진적인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조정이 심화된 채권 시장에 비해 주식 시장은 경기 회복과 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2016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신흥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재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최근 금리 상승이 주가 추세를 반전시킬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며 "금리 상승은 그간 낮았던 변동성이 점차 오르는 가운데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스타일'의 변화 요인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했다.


허 연구원은 "2005년 이후 미국 금리가 오르던 국면과 지난 주말 국내·외 주식시장에서의 업종별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며 "실적 호조에도 정보통신기술(IT)을 비롯한 성장주들의 하락 폭이 컸고 금융 업종과 소재·산업재 등 시클리컬(cyclical) 산업들이 그나마 선방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1분기 중 글로벌 금리는 정점을 볼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조정과 스타일 변화는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명목 성장률과 10년 국채 금리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명목 성장률이 4% 중반이면 금리가 3%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올해도 금리의 고점은 1분기에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긴축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시장이 하락하면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증시 급락이 매물 출회가 아닌 프로그램의 기계적인 매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후 3시 전까지 1.2% 정도의 하락세를 보였던 다우 지수가 불과 10분 동안 3.5% 이상 급락하면서 하루 동안 4.6% 정도 급락을 시현했다"며 "오후 3시는 정확하게 VIX 지수가30달러를 상회하는 시점으로 이번 급락의 배경은 사람이 아닌 기계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차익 매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감정을 배제한 프로그램의 매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동안 미국 주식 시장의 과열에 대한 헤지(hedge)로 공포지수(VIX) 30을 기준으로 매도 시그널을 걸어 놓은 운용 방법이 지배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 밸류에이션 부담, 인플레이션 우려,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VIX의 오버슈팅을 견인했다"며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되고 경기에 대한 부담 요인이 작용했다기보단 단순한 프로그램 매매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하락세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분간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통화정책 리스크와 더불어 스타일 변화에 따라 주가 등락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분을 되돌리면서 위험 요인을 제거한 부분은 긍정적이나 미국 물가 우려가 고조될 수 있는 3월 이후 시장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2차 단기 저점으로 예상되는 2470포인트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연준 권력 이양기에 리더십이 부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정책 정상화 사이클이 중반을 지나면서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중앙은행이 완화 기조를 마냥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중앙은행이 경제지표보다 다소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경향(behind the curve)을 이전처럼 기대할 수없어 10% 이상의 조정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가 등락이 잦은 '실적 장세'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템포 빠른 금리 인상 사이클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한 방향으로만 주가가 오르던 금융 장세는 일단락된 상황"이라며 "큰 그림에선 오르되 진폭이 잦은 실적 장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행태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누네스 메모 공개와 므누신 재무장관의 달러화 약세 발언 등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지난주 주가 하락은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우려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치하고 있고 세금 감면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여러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수 없다면 미국의 기업이익도 기대만큼 증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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