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김승리 기자] 애플의 아이폰 X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아시아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자제품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중국에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5년 13%에서 지난해 8%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미국을 추월해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이 된 인도에서도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이후 2% 대에 머물러 있다. 인도네시아 내 점유율은 2013년 3%에서 최근 1% 대로 떨어졌다.

또 필리핀, 태국에서는 점유율이 하락했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시장에서는 정체 상태에 있다.

애플이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핵심 원인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다.

중국 대표 스마트폰 업체 사오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에서 지난해 19%까지 상승했다. 2년 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던 오포와 비보도 지난해 10% 수준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으로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아이폰과 유사한 고가의 기기 출시를 늘리며 애플의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애플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현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샤오미가 인도의 전력 공급 불안정성을 고려한 특수 충전기를 개발하거나, 중요한 문자 메시지를 보호하면서 광고 문자를 제거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것 등이 그 예로 꼽힌다.

아시아 시장 내에서 애플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결정적인 요인은 가격이다.

1000 달러를 넘어선 아이폰X의 가격은 지난 분기 애플의 실적을 견인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 가격 정책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훨씬 저렴하면서 아이폰과 경쟁이 가능한 하이엔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리서치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키란짓 카우르는 "사람들은 더이상 최고급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예산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중국 업체들은 이제 시장의 최고 수준 제품과 경쟁하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