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징역 30년' 판례보니 대부분 살인범…박근혜는 과연?

검찰, 지난달 결심공판서 징역 30년 구형
1심서 30년형 선고 사례 5대 강력범죄만
'非 강력범죄' 박 전 대통령 선고형량 주목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법원이 징역 30년형을 구형받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과연 몇 년형을 선고할 지 주목된다. 최대 관심사는 '비(非)강력범죄' 임에도 불구하고 징역 20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지 여부다.


  유기징역 상한이 최대 30년형으로 늘어난 이후 실제로 여기에 근접한 선고를 받은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살인 등 흉악 범죄자가 대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30년형에 근접한 선고를 받는다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이 쓰여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징역 30년은 현행법상 유기징역 상한이다. 일각에서 무기징역 구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검찰의 선택은 유기 최고형이었다. 선고는 내달 6일 이뤄진다.


  유기징역 상한은 지난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이 계기가 돼 개정됐다. 당초 유기징역 상한은 15년이었다.


  하지만 조두순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법 개정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따라 1953년 이후 반세기 이상 꿈쩍하지 않던 유기징역 상한 15년(가중될 경우 25년)이 30년(〃50년)으로 대폭 상향됐다.


  이 개정안은 당시 법조계에서 논란도 있었다. 개정을 반대했던 쪽은 '징역 30~50년은 사실상 무기징역 효과나 다름없는데 괜히 상한을 한꺼번에 두배로 늘린다면 재판부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은 시행됐고, 형법 개정후 약 1년7개월만에 징역 30년형이 선고된 첫 1심 판결 사례가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당시 부장판사 김동윤)가 2011년 11월 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경남 소재 모 대학교수 강모(당시 53세)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다. 그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내연녀 최모(〃50세)씨와 짜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 선고는 국내에서 징역 25년 이상이 내려진 첫 판결이기도 했다.


  이후 2012년 충북 진천군에서 돈 문제로 말싸움을 한 친구를 둔기로 무참히 때려 살해한 후 저수지에 유기한 김모(〃43세), 2013년 전남 광주에서 전처를 살해해 복역·출소한 후 다시 내연녀를 숨지게 한 안모(〃59세), 2015년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의 김하일(〃48세·중국동포)씨 등 징역 30년 선고 사례가 매년 간간히 나왔다.

  가장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 결심공판 약 1개월 전에 있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부장판사 김종수)는 지난 1월23일 여신도를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체를 야산에 암매장한 사이비 교주 박모(4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모두 피고인이 받는 혐의가 5대 강력범죄(강간·강도·방화·살인·유괴) 중 하나이거나 경합범이라는 점, 특히 대부분 살인 사건이었다. 또 수법이 잔혹하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공소사실은 총 18개이고 죄목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제3자 뇌물요구 및 수수, 공무상비밀누설이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구형대로 징역 30년이나 최순실(62)씨가 받은 20년이 넘어서는 실형을 받게 되면 강력범죄에 들어가지 않는 혐의로서는 최고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 개정이 2010년이었고 국내 재판부 판결 성향을 봤을 때 잔인무도한 강력범죄 혐의가 아니고서는 징역 30년이나 20년 이상이 선고된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꼭 징역 30년이 아니라도 20년만 넘으면 강력범죄가 아닌 혐의로서 최초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법원이 사람이 죽지 않은 범죄에 징역 20년을 넘게 선고하는 건 본 적이 없다. 국정농단이라는 특수성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죄가 무거워도 검찰이 절대 그렇게 구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15년의 한 변호사는 "사기의 경우 피해 금액이 막대하고 피해 회복도 안 되면 10년이 넘는 적이 가끔 있었지만 20년 이상의 선고는 없었다"며 "하지만 국정농단과 강력범죄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혐의에 유기징역 최고형을 구형한 건 그만큼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 사건이 갖는 죄책의 무게, 역사적 의미 등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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