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명제 시행 이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 부과 방안 추진"

배우자, 자녀, 친목회 명의 차명계좌 제외
과징금 부과기준, 차명 드러난 시점 검토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금융당국이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2014년 개정을 통해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 등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징벌의 경우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계좌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차명계좌를 활용한 일부 고액자산가들의 탈법 행위가 나타남에 따라 실명제 시행 이후 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며 "개설 시점에 관계 없이 모든 불법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반 국민들의 정상적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제외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금융거래 위축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배우자나 자녀, 친목회 명의로 개설된 계좌 등 선의의 차명계좌가 대표적이다.


차명계좌 이용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과징금 산정시점, 부과비율 등 과징금 산정기준을 현실화해 징수의 실효성을 확보한다.


김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사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토할 계획"이라며 "다만 현행 과징금 부과기준은 1993년 8월12일 금융자산 가액의 50%인데 이를 차명이 드러난 시점의 금융자산 가액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수사기관, 과세당국간 차명 금융거래 정보의 공유를 위한 근거를 신설해 실명법 위반에 대한 제재의 신속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기관에 의한 원천징수 외에 과세당국이 자금의 출연자에게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도 신설한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 등으로 사후에 밝혀진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자산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에도 나선다.


김 부위원장은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 규제강화를 위한 실명법 등 법률안이 최대한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입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중 27개 계좌에 총 61억8000만원의 자산이 있었던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


27개 계좌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것이다. 법제처는 최근 유권해석을 통해 이들 계좌가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금융당국은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계좌 잔액의 50%인 30억9000만원을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게 됐다.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이 발표한 이건희 차명계좌 잔액의 경우 실명법 개정과 관계 없이 현행법상 규정돼 있는 조항에 따라 과징금 징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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