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풀려가는 '한한령' 판호는 어찌되나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한중 관계가 점차 풀리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발생한 '한한령(한류 금지·제한령)'도 사라될 전망이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숙원인 판호(게임 인허가)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정부의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2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창천왕자'가 마지막으로 시간상 1년이 훌쩍 넘어갔다.


  판호는 중국 국가신문광전총국이 자국 내 출판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지난달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사드 보복 철회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같은 해빙무드에도 판호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그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한국 게임을 제한한다고 발표하지 않았으나, 공교롭게도 판호 발급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중국에 판호 발급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한국 게임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라고 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PC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16년도 기준 17조원에 달한다. 모바일게임을 더하면 30조가 넘는 시장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중국어 버전 개발을 완료한 채, 판호 발급을 신청해 서비스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온라인',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이 중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출시가 이뤄진 검증된 작품들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니지' IP(지적재사권)를 활용한 게임들도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판호 신청을 마쳤다.


  국내외로 수많은 이용자에게 검증된 게임들이 판호 신청을 했지만 좀처럼 중국 정부의 서비스 허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사드로 인한 보복성 경제 제재의 성격도 있지만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자국 게임 시장을 보호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다만, 중국 게임은 이미 한국 게임과 비교해 이미 대등한 위치에 올라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중국 게임은 국내 메이저 게임사가 봐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제 경쟁이 아니라 벤치마킹해야 할 상대"리고 말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한국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한 몫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사전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문화콘텐츠 상품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판호를 신청한 게임 가운데 일부만 발급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게임의 중국 진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역차별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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