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웃도 몰랐던 모녀의 죽음…남편 사별 후 심적·경제적 고통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40대 엄마와 세 살배기 딸이 숨진 지 몇 달 만에 발견될 때까지 가족도, 이웃도 그들의 근황을 몰랐다.


  지난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두 모녀의 시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두 모녀는 세상과 두 달 이상 연락을 끊고 있었다.


  세 살배기 딸은 이불을 어깨까지 뒤짚어 쓴 채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고, 아이의 엄마 A(41)씨는 침대 아래쪽 바닥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딸과 함께 세상을 등진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과 사별했다. 당시 남편은 실종신고 나흘 째 인근 야산에서 "미안하다.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이때부터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는 4달 째 관리비가 밀려 있었다. 우편함엔 신용카드, 수도·전기요금 등의 고지서가 수북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원은 지난 6일에서야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 모녀의 시신과 함께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의 메모를 발견했다.


  숨진 A씨는 2015년부터 임대보증금 1억2500만원, 월 임대료 13만원의 한 아파트에 남편, 딸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숨진 뒤 특별한 직업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행정당국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증평군 관계자는 "A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며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경찰은 A씨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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