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기식 사퇴압박에 선관위 판단 '승부수'로 '정면돌파'

검찰의 김 원장 수사 착수날 '선관위 판단 질의' 발표
논란 확산 막고 객관성 담보 효과…야권 공격 기회도
검찰·선관위 결과 충돌 시 후폭풍…검증 논란은 숙제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12일 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해외출장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중앙선관위원회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힌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관위 카드는 '사퇴는 없다'며 김 원장의 엄호에 나섰던 청와대가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야권을 중심으로 김 원장에 대한 사퇴압박이 거세진 것에 대해 출구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이같은 결정은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김 원장 해임 명분을 삼을 수 있다.


  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명 철회의 부담을 덜 수 있고 김 원장에게도 자진사퇴의 불명예 퇴진이 아닌 퇴로를 확보해 주는 셈이 된다.


  반대로 김 원장의 해외출장이 적법했다는 선관위의 판단이 내려지면 거꾸로 대야(對野) 압박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함과 동시에 선관위로부터 얻은 도덕성 논란의 면죄부를 가지고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역공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원장 논란으로 연일 수세적으로 몰리던 청와대가 이러한 구상을 내놓은 것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원장 사퇴 찬성 여론은 50.5%로 반대 여론 33.4%를 앞질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1.9%p 하락한 66.2%였다.


  아울러 김 원장의 해외출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도 '선관위 카드'를 던지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10일 김 원장을 뇌물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장을 제출했다.
  
   야권이 김 원장 인선 실패를 이유로 청와대 문책론을 주장하는 가운데 선관위 판단 기간동안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선관위 결과가 나오기까지 논란 확산을 멈추고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미 민정수석실이 김 원장을 내정자 단계에서 면밀 검증하고, 논란이 커지자 재검증까지 했는데 선관위에 판단을 맡겼다는 점에서 거꾸로 추후 부실 검증 지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나름의) 판단을 공개했지만 국민 공감과 객관성 담보가 안 되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판단 주체인 선관위에 묻겠다는 것"이라며 "조금 더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의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김 원장 사례가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청와대는 이를 명분 삼아 야당을 공격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9~20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례 조사 결과를 들며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65차례였고,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특수한 사례가 아니고, 야당도 떳떳하지 못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선관위가 김 원장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청와대는 '선관위 결정에 따른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 일부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임명철회 형식이 부담돼 자진사퇴 모양새를 취했었다.


   지난해 5월 정권 출범 직후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을 시작으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흠결을 이유로 자진사퇴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김 원장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임명을 철회할 것인가' 질문에 "해임에 이르는지까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 판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관위가 위법 판단을 내린다면 김 원장과 유사한 출장을 다녀온 모든 상임위원회 의원들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국회 전반으로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야당이 의뢰한 검찰 조사 결과와 선관위 판단이 충돌할 경우 해석 범위를 놓고 더 큰 쟁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검찰과 선관위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의 절차와 순서가 있다. 우선 (김 원장 사례에 대한)한정된 범위에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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