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카카오택시 목적지 미공개 사흘만에 철회

택시업계, 탄력 요금제 도입이 수급불균형 해소 가능
서울시 택시정책팀 , 하반기 내 택시 요금 인상 검토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카카오택시가 지난 10일 내놓은 유료 호출 서비스의 목적지 비공개 정책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초 발표와 달리 유료 호출 서비스에 승객의 목적지를 택시 기사들에게 공개하고 있어 승차 거부 문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택시업계와 서울시는 '택시 탄력 요금제'를 포함한 요금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카카오택시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요금 관련 제재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16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0일 유료 호출 서비스 '스마트 호출'을 선보였다. 호출비 1000원을 내면 인공지능(AI)이 주변 상황들을 분석해 응답할 확률이 가장 높은 택시 기사에게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고객이 지불한 호출비 1000원 중 절반 이상을 택시 기사에게 배당하는 방법으로 택시 기사들의 참여도를 높일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카카오는 목적지 비공개 정책을 포기하고, 택시기사에게 '스마트 호출'을 한 승객의 목적지를 알려주고 있다. 스마트 호출을 사용하는 택시기사가 예상보다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라고 카카오측은 해명했다. 호출비 1000원 중 절반 이상을 택시 기사에게 배당하는 방법 또한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일반 호출과 스마트 호출의 차이를 알게끔 하는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다시 택시기사에게 승객 목적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원래의 생각과는 다르게 실행해야 했던 점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그만큼 길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어떤 분들이 집에 갈 수 있겠다라는 마음에서 시작을 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 금요일, 연말같은 특별한 시즌도 아닌데, 카카오택시의 운행완료수는 역대 2위의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며 유료 호출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또 "한분 한분의 호출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카카오택시라는 시스템의 전체적인 효율성이 개선돼 더 많은 운행완료수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유료 호출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국토부도 스마트호출 서비스 시행 전 호출비가 1000원을 초과해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거는 한편, 제재를 예고했다.


택시업계는 "유료 호출 서비스가 보편화 될 경우 무료 서비스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고, 일반 승객들이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전에 차단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승객에게 효율적으로 택시를 배차하게 될 것이라는 카카오택시의 당초 계획은 사라지고 결국 택시요금만 인상됐다는 부정적 인식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도 유료 호출 서비스 시행 전 "(카카오택시가 서비스를) 강행하면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재 등) 제도화를 빨리 하려고 한다"며 "요금 규정은 여객법 8조1항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법은 택시 사업자, 종사자를 규율하는 체계라서 카카오택시처럼 플랫폼 사업자는 법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일각의 우려처럼 카카오택시의 유료 호출 서비스가 택시 수급불균형 해소 등의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택시 요금 인상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자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택시업계는 택시 수급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택시 탄력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 역시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관련 법령의 개정과 제도적인 정비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 수요공급에 따른 각종 요금 차등화 문제는 택시 호출시장을 독점한 기업의 판단만으로는 결정될 수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


  서울시 택시정책팀에서도 '택시 탄력 요금제'를 포함해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라며 이같은 방안이 심야시간 택시 공급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야 시간 대 택시 요금이 인상될 경우, 심야 영업을 꺼리는 개인 택시 기사들에게 영업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성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현재 하반기 내 택시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탄력 요금제 형태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심야에 영업하는 택시가 많아야 하지만, 개인 택시의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다. 요금 인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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