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증시, 남북 정상회담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털어내나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정상회담으로 북한 정상이 남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진전을 이뤘다.


이같은 한반도 긴장 완화로 증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7일 2492.40에 마감, 1주일 전보다 16.07포인트(0.65%) 상승했다. 코스피는 주 초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인 저항선인 3%를 장중 돌파한 영향으로 외국인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 후퇴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날부터 외국인이 귀환하면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또 정상회담 당일에는 한 달여 만에 장중 250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약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라고 발표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문에는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 이행 방안과 시기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오는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더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낮은 배당성향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저평가를 받아 왔으나 이번 만남을 계기로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의 MSCI 12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로 다른 아시아권의 대만(13.7배), 일본(13.0배)보다 낮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남북,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비핵화, 종전(終戰)선언, 경제협력 재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평화기조 안착과 함께 중장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기대케 하는 명징한 긍정 요인"이라며 "역풍에 어지러이 휘둘렸던 투자심리가 새로이 불어올 봄바람에 다시 의탁할 시점이다"라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신흥국 할인 + 한국 고유 할인’ 요인으로 구성됐다"며 "신흥국의 할인은 ‘얕은 시장의 깊이, 낙후된 회계 관행, 부적절한 시장 개입, 부패’ 등이 이유이며  한국 고유 할인은 ‘안보 위협, 정치적 불안’ 등이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정착될 경우 북핵 위기로 더욱 심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나 신흥국 대비  밸류에이션 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정량적으로 여기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더군다나 국가 단위의 할인율은 단일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명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번 정상회담 이벤트가 당장 한국 증시의 근본적이고 추세적인 변곡점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대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반도 신경제 공동체 시대 개막과 분명한 연결고리를 지닌 '옥석 가리기'에 주력하라는 투자 조언이 나온다. 김용구 연구원은 "사회 간접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경우, 남북 간 경제협력 시도의 초기 단계는 건설·유틸리티·교통물류·통신을 위시한 인프라 확충 투자 사이클이 견인할 여지가 많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시한 남북 간 물자 교류 확대 가능성은 기계·소재 등의 중간재 수요 증가 가능성으로 파급될 것이며, 인적 교류의 비약적 증가는 IT·자동차·패션·음식료 소비재 수요 기반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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