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보편요금제 도입' 합의점 찾지 못하고 난항

규제개혁위원회 5월 11일 보편요금제 심사 속개
보편요금제 도입, 알뜰폰 요금제 있는데 왜?
가격경쟁력 잃은 알뜰폰 시장 존폐 위기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기업의 시장경쟁 침해‘와 ’국민의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편요금제와 가격대 및 서비스 제공량이 유사한 알뜰폰(MVNO)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규제개혁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오는 5월 1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월 3만원대인 통신서비스(데이터 1GB, 음성 200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월 2만원 대에 의무 출시토록 하는 요금제다.


  여기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란 SK텔레콤이 해당된다.


  2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점유 형황은 SK텔레콤 42.22%, KT 26.06%, LG유플러스 19.86%, 알뜰폰(MVNO) 11.86% 순이다.


  정부는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KT나 LG유플러스도 자연스럽게 유사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약 2570만명이 연 2조2000억원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 업계는 보편요금제가 법제화 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익 60%가 사라지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알뜰폰 영역과 겹친다는 논리를 앞세워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사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는 이용료 1만9800원에 데이터 10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U+알뜰모바일도 1만7500원에 데이터 6GB, 2만2000원에 데이터 10GB를 제공(음성 100분, 문자 100건 포함)하는 유심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는 알뜰폰 가입자가 전체의 12%에 불과해 (보편요금제의) 대안으로 부족하다고 한다”며 “보편요금제에 해당하는 3만원 이하 저가요금제 구간을 보면 알뜰폰이 12%가 아니라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10년간 알뜰폰 육성 정책을 펴왔다. 정부가 국민에게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알뜰폰을 활성화해 목적을 달성하는 게 맞다”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사업자가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9월 15일부터 이동통신 3사의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확대 시행토록 했다. 여기에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더 이상 가격경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존 알뜰폰 가입자들이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하게 돼 알뜰폰 시장은 더욱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란 논리다.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시장 자체가 고사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제4이동통신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규개위에서 “알뜰폰의 역할도 일정부분 있지만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많다”며 “알뜰폰 서비스 등을 원치 않는 소비자에게도 일정부분 (보편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뜰폰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 사무총장은 알뜰폰 시장이 확장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규개위원장의 질문에 “업체들이 많이 난립해 있다”며 “확장된다 해도 통신사의 자회사가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 규개위원이 정 사무총장에게 “보편요금제 가격대가 알뜰폰 시장에서 이미 유사한 요금제가 많다. 가계당 통신요금이 높다는 것은 대부분의 가구가 고가요금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서 아닌가. 인과관계가 조금 안 맞는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정 사무총장은 “지금 (알뜰폰 가입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10%”라며 “이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알뜰폰이 다 커버를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통신서비스가 최근 필수재,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에 대한 경쟁을 위배하고 고가요금제를 많이 출시했다. 데이터중심요금제 나온 이후 고가 요금제에선 혜택도 주고 비용도 낮추고 하며 해소가 됐는데, 저가요금제는 한번도 해소 안 됐다"며 "이 부분은 행정지도를 통해 고치자는 요구를 여러번 했고, 법제화가 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수용이 안 돼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사업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법제화 과정에서 무리한 부분은 고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가계통신비협의회에서 대안이나 의견을 주면, 문제되는 부분을 최대한 다듬어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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