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文대통령 1년, 재벌개혁 반쪽 성과 그쳐…"제도 개선 뒤따라야"

공정위, 을의 눈물 닦기에 집중...유통·가맹분야 법 제도 개선에 주력
재벌에는 자발적 변화 주문...15개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자발적 변화 한계 드러나...법 고치는 진정한 의미의 재벌 개혁해야"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에 대해 "재벌 개혁은 경제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벌 개혁의 당위적 필요성 뿐만 아니라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 해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의결권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범위와 권한 강화) 도입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이례적인 언급처럼 임기 초기 재벌의 자율적인 변화를 강조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도 더불어 발 빨라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기,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데 집중했다. 치킨·피자·커피·분식·제빵 분야 50개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마진율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의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매입단가에 중간 이윤을 붙여 가맹금을 받지만 중간 이윤 부가 여부나 규모 등의 정보는 사전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등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납품업체 인건비가 상승분을 하도급 대금에 반영하는 길도 마련했다.


가맹과 유통분야에서 공정위가 나서서 법 제도 개선에 앞장선 것과 달리 재벌들에는 자발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각 기업의 문제는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각자 적합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후 지난달까지 15개 재벌이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크게 소유구조 개선과 내부거래 개선,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소유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기업으로는 올해 안에 순환출자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이 있다.


대림은 상반기 중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켐텍, 에이플러스디의 계열거래를 중단하고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이플러스디 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


SK와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자투표제와 사외이사 추천을 각각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각 기업이 개선안을 마련한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표된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의 내용은 시장에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편법행위를 뒤늦게 정상화하거나 현행 규제 또는 향후 강화될 규제를 염두에 둔 최소한의 노력 정도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정위는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재벌개혁의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지난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회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부 1년 재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제도를 바꾸고 기존에 있는 법을 고치는 진정한 의미의 재벌 개혁은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도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로는 끼워 팔기나 차별행위 등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재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총수(동일인) 지정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경 등과 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지분율과 부채비율 요건 개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외계열사 관련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지분율을 높이고 부당성 입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다룬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경쟁법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경쟁법의 정합성과 완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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