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해 NLL '평화 수역' 조성, 中 불법 조업 근절될까?

어민들, 군사적 긴장 완화·中 불법 어선 근절 요구
평화 수역 설정 및 관리·감독 주체 합의 우선 필요
군사적 긴장 완화·불법 어선 단속 '軍' 대신 '해경'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한반도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평화 수역'이 조성되면 오랜 골칫거리였던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근절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남북 정상이 합의한 서해 NLL 일대 평화 수역 조성을 위한 후속 조치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조명균 통일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 4명이 서해 최전방 연평도와 백령도를 방문,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불법 중국 어선을 근절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판문점 선언이 단순히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닌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제3국의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평화 수역 범위와 설정, 관리·감독 등 남북의 실무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일각에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해군 등 군 대신 평화 수역을 남북이 함께 관리·감독할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불법 조업을 사전 차단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서해 NLL 해역은 국내 최고의 꽃게 어장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NLL 이남 백령도 서쪽 2개 어장과 소청도 남쪽 1개 어장 등 4곳에서만 조업 활동이 가능했다. 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우리 군의 작전 구역 등을 고려해 어장은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NLL을 교묘히 넘나들며 불법 조업과 도주를 반복하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어족 자원이 황폐화되고 있다.


  15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NLL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2016년 138척에서 지난해 54척(61%)으로 줄었다.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의 집중단속과 계도활동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불법 중국 어선들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불법 중국 어선들이 호시탐탐 황금어장을 노리고 있다.


  해경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NLL 남쪽에서 조업하다 단속에 나서면 재빨리 북한 해역으로 도주해 버리면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며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NLL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남북의 실무적인 협의를 비롯해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들과 평화수역 내 해경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해 최북단 어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평도 어민 김모씨는 "불법 중국 어선의 쌍끌이 저인망으로 통발 등 어구가 훼손되는 건 예삿일이고, 싹쓸이 조업으로 어족 자원이 씨가 마를 정도"라며 "이번 남북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 남북 평화롭게 어로 활동을 하고,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길목부터 차단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평화수역 내 군사적 긴장감을 줄이고, 제3국의 불법 조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남북 합의를 통해 군이 아닌 해경 등 정부의 다른 조직이 포함된 관리·감독 주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전략연구소장은 "NLL 지역은 남북한의 문제가 있고, 국제법적으로 제3국에 대한 법 집행 여부 등 복잡한 문제들이 혼재된 지역"이라며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법 집행 세력으로 군이 나서는 것보다 해경과 같은 정부의 다른 조직이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양 소장은 "남북이 평화 수역 운영을 위해 실무적인 합의가 중요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무력을 배제해야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적 협력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은 해경이, 북한은 해경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조직이 서로 합의해 평화 수역을 함께 관리·감독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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