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깊어지는 '금리정책 딜레마' …하반기 인상 '안갯속'

엇갈린 경기지표에…한은, 일단 금리동결 "지켜보자"
美 추가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차 확대 가능성 '부담'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동결…금리인상 시점 '불투명'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엇갈리고 있는 경기지표에 국내 경제 성장세에 대한 진단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6월 금리인상 전망은 한은의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역전된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마냥 유지하기도 어려워진 금리 셈법에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안갯속'에 빠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11월 연 1.50%로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동결은 금통위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아직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금리를 올렸다가는 불안한 국내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실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투자지표 등이 하락한 데 이어 취업자수가 석달째 10만명대 증가폭에 그치는 등 '고용 쇼크'까지 불거지며 경기 전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로 올라서긴 했지만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민간소비를 중심으로는 회복세를 나타냈다. 3월중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2.7%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도소매, 숙박·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0.4% 늘었다. 우리 경제 성장세를 견인했던 수출은 지난달 기준 18개월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전년동기대비 1.5% 감소)로 돌아섰지만 일시적인 요인이 큰 탓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상반된 경기 시그널에 한은은 일단 금리를 묶고 당분간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경기 판단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진게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3% 성장 전망을 유지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여러 견해가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지난 4월 성장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예정대로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연 1.50~1.75%로 우리나라 금리(연 1.50%)보다 상단이 높다. 다음달 추가 인상으로 연 1.75~2.00%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금리와는 0.5%p 벌어지게 된다.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모두 세차례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미 금리차는 연내 0.75%p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한·미 금리역전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한은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아르헨티나 등 취약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위험이 있고, 외국인 자본 유출이 커지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은의 금리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반기 금리인상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날 금통위에서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가늠할 만한 어떠한 신호도 나오지 않은 탓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전제로 7월 금리인상이 제기됐으나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다. 하반기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회의는 이제 7월과 8월, 10월, 11월 단 네차례 남았는데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점차 뒤로 밀리고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속도와 국내외 경기 여건 변화 등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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