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설명 부실로 'CME 논란' 키운 하나금투…'불찰' 시인

美 CME, 두달 간 하나금투 HTS·MTS 통한 선물·옵션 거래 중단 통보
CME 요구 자료 누적·연속해 제공 미흡…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사례
하나금투 "CME 조사 방해 목적 아냐…시장 보호 위해 최선 다할 것"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두 달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선물·옵션 상품 거래 중지를 통보받은 하나금융투자(이하 하나금투)가 거래 중단 사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 해석의 차이를 들어 해명을 시도했던 하나금투는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불찰을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22일 오전 7시께 하나금투는 해외 선물·옵션 거래를 위해 별도로 운영 중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CME 선물·옵션 상품의 거래가 60일간 중지된다고 알렸다. CME 선물·옵션 상품을 보유한 고객은 해당 기간 하나금투를 통한 신규 주문이 불가능하며 해외증권실을 통해 전화로 매도(청산) 주문만 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6시20분께 CME가 하나금투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CME그룹은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1년간 계좌 소유 및 거래 권한자에 대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 규정 위반 거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하나금투에 '시장 접근 중지' 조치를 내렸다.


CME그룹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CME그룹 시장규제부가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고객 계좌 관련 조사 과정에서 ▲계좌 소유권, 계좌의 거래 권한자, 감사 추적을 위한 기록 자료 및 계좌 활동 기록 자료와 관련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잘못된 허위 정보를 제공했고 ▲다수의 거래소 상품에서 '스푸핑(spoofing)', 시장질서교란행위 및 자금 이전 활동 관련 시장규제부의 여러 조사 활동을 중대하게 방해했다. 스푸핑이란 주문 집행 전에 취소할 의도를 갖고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는 행위를 말한다.


CME그룹은 이같은 행위가 하나금투를 통한 선물·옵션 상품 거래를 중지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하나금투는 다양한 거래소 상품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관리되고 있는 고객 계좌간 각 계좌의 보유 약정(포지션)을 부적절하고 부정확하게 상계 처리한 후 순보유 약정만을 자사 청산 회원사들에 일일 보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이 역시 CME 규정에 반하는 행위다.


문제는 하나금투가 CME 시장규제부가 요구했던 자료를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데 있다. 시장규제부의 조사 기간 동안 하나금투는 잘못된 정부를 누적해 연속적으로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하나금투만 거래 중단을 통보받은 이유다.


특히 하나금투는 거래 중단 사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하나금투는 당초 국내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CME가 요구한 정보더라도 고객 동의 없이는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ME그룹에서 미진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허위 정보를 다수에 걸쳐 제공했다는 반박이 나오자 거래내역 오류 등을 들며 "당사의 불찰"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CME에 불완전·부정확·허위 정보가 제공됐는지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최초 언급했던 개인정보 미제출은 불완전한 정보 제공 중 하나였다"며 "CME가 요청한 해당 정보에 대해 미흡하게 제공한 점에 대해선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절대 아니며 재고의 여지 없는 불찰"이라고 했다.


이어 "거래내역 오류 등의 주요 요인이었던 전산 프로그램을 보완해 수정 완료했으며 국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포지션 상계 방식 오류 문제 해결을 위한 전산 시스템 개발 역시 완료를 앞두고 있다"며 "CME의 통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CME의 판단과 동일하게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객 정보 제공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를 빠뜨린 것이 원인이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포괄적 사전 동의와 달리 개별 동의 절차는 필수 항목이 아니며 요청이 있을 때만 거치는 절차"라며 "필수 절차가 아니었기에 업무상 미진했던 부분이라 볼 순 없을 거 같다"고 해명했다.


하나금투는 국내 증권사 중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금투 해외증권실은 투자자 피해 보상 방법 계획을 사흘째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ME그룹 본사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내렸다는 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하나금투는 CME가 요청한 사안에 대해 잘 대응하고 피해를 본 고객들에 대해서도 보상 방법을 잘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CME의 조치는 그룹의 최고 규제 책임자 또는 그 대리인이 기한 연장을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는 한 오는 7월20일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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