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이란핵협정 탈퇴…"우리기업, 석유 시장 혼란에 선제적 대응 필요"

美 이란 핵협정 탈퇴 후 국제유가 상승세
셰일오일 생산 등으로 유가 상승세에는 한계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석유 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유가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재재가 재개된다 해도 세계 석유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고유가 리스크에 대비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 '포괄적 공동이행계획(JCPOA)'을 탈퇴함에 따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부활할 예정이다. 제재는 90일부터 최장 180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재개된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따른 제재 부활로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는 석유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란산 석유 수입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약 13.2%에 달한다. 이란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3대 석유 수입국 중 하나였다.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가 석유 감산을 올해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유가는 올해 1월 4년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상승세이던 유가에 이란 제재 부활은 기름을 붓게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향후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까지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유가는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지난 27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두바이유는 배럴당 전월 대비 5.8%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이란 핵협정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석유 재고 감소 등이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이란의 원유 생산 차질 우려가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제재가 전체 석유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은 "이란산 석유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전체 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량을 늘려 이란 제재가 실제 석유 생산량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이란 제재가 일어났을 당시 실제 석유 생산량 감소분은 하루 140만 배럴에 그쳤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도 유가 상승을 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2년까지 하루 630만 배럴 생산이 가능했던 셰일오일은 2016년에는 920만 배럴까지 생산이 가능해졌다. 저유가로 인해 생산량을 줄여왔던 셰일오일 생산사들은 유가 상승세를 맞춰 생산량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석유 생산량 변화로 인한 유가 급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6년 배럴당 30달러 수준의 낮은 유가 혜택을 다시 누리기는 힘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협정 탈퇴로 인해 이란이 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며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대응책은 EU 회원국들이 이란산 석유 대금을 이란 중앙은행에 유로화로 직접 지불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에 제안하고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항입법을 도입해 유럽 기업들이 불이익 없이 이란과 거래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코트라는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이란산 석유 수입이 가능하도록 제재 면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실현되지 않으면 당분간 고유가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한 노선을 취하는 국가들의 대응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선제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