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미국·중국 싸움에 '한국 자동차' 어찌하오리

中, 관세이익 없는데 경쟁 업체들 가격인하
美, 25% 관세시 수출불가…현지 생산 압박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미국은 수입산 자동차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중국은 7월부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0~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빅2' 시장에서 모두 위기에 처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자동차 시장 1위 중국이 자동차과 자동차부품 수입관세 인하를 발표한 후 테슬라가 가격인하를 발표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폭은 약 4만~9만위안(약 680만~1580만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됐다.


아우디, 랜드로버 역시 가격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포르셰 역시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도요타 역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중국회사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이 때문에 관세 인하로 인한 이득은 거의 없다. 오히려 경쟁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현지생산 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번 관세 인하가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며 "수입 판매되는 완성차들이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시장 2위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물지 않아왔지만, 미국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25%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 


철강 관세 파동 당시를 되짚어보면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철강의 경우 한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 관세는 면제받았지만 70% 수출 쿼터에 합의하면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자동차 분야 대미 수출은 자동차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 부품 56억6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21.4%와 8.3%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자동차는 지난해 전체 대미 무역흑자의 72.6%를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수출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가 붙을 경우 사실상 수출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결국 미국이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미국공장 라인업조정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추가모델 투입으로 현지생산비중을 2016년 52%에서 GM등 미국업체의 평균인 66%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싼타페를 현대차 알라바마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이미 생산지 이동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도 쉽지 많은 않을 전망이다. 노조와 정치권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연간 판매 10만대를 밑도는 차량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고 해도 실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이 현지생산을 늘리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인데, 여건이 안 된다"며 "신형 싼타페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소나타, 소렌토, K5등도 현지생산하고 있지만 어느정도 판매 볼륨이 나와주지 않으면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품사의 경우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임은영 연구원은 "부품사 역시 현대위아, S&T모티브 등 한국공장에 매출이 집중된 업체는 향후 구조적인 어려움이 예상되고, 모비스, 만도, 에스엘 등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를 갖춘 업체는 2분기 이후 뚜렷한 실적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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